일본군위안부 기술 ‘강제연행 자료 미발견’ 주장 달고 검정통과

입력 2015-04-06 17:16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은 강제 연행 증거가 없다는 취지의 일본 정부의 주장과 함께 교과서에 실렸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출판사인 마나비샤의 역사 교과서는 현행 중학교 교과서에 없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을 이번에 새로 실었으나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마나비샤는 최초에 검정을 신청한 역사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전시 인권 침해, 고노담화 등에 관한 내용을 두 페이지 가까운 양으로 다뤘으나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6일 교과서 검정 자료에 따르면 마나비샤는 최초의 교과서에서 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소제목으로 별도의 꼭지를 넣고 그가 일본 정부에 사죄와 “보상”을 요구했다고 기술했다.

또 일본 정부가 “위안소 설치나 운영에 군이 관여한 것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했다”고 기술했으며 아시아여성기금의 피해자 지원사업과 국가의 책임 인정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한 피해자 등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 교과서에는 동아시아 일대에 전쟁 중 위안소가 설치됐던 위치를 표시한 지도, 김 할머니가 그린 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여성이 군복을 입은 이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담은 그림도 함께 실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유엔 인권위원회나 미국 의회에서도 다뤄지는 등 전쟁 중 여성에 대한 폭력의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최근 정보까지 담겼다.

그러나 한 차례 불합격 판정을 받은 후 마나비샤가 다시 제출한 검정 신청 교과서(이하 재신청 교과서)에서는 관련 내용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또 일본의 책임을 희석하는 일본 정부의 견해가 함께 반영됐다.

재신청 교과서는 요약한 고노담화 뒤에 “현재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 ‘군이나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할머니의 그림과 위안소 지도는 제외됐고 김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관련 조사를 하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담은 정부 견해를 발표했다는 내용으로 관련 기술이 압축됐다.

당국은 재신청 교과서에 담긴 “미국, 네덜란드 등 각국 의회도 ‘이 문제’(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를 다루고, 전쟁 중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의 책임을 되묻게 됐다”는 부분이 각국이 ‘이 문제’만을 되묻는 것처럼 학생들이 오해할 수 있다며 수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해당 문장을 “미국, 네덜란드 등 각국 의회도 이 문제를 다뤘다. 현재 세계 각국의 전쟁 중 폭력이나 인권침해의 책임을 되묻게 됐다”고 수정하게 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위안부 문제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전시 폭력·인권침해라는 인식을 깔고 있으며 일종의 물타기로 볼 여지가 있다.

간토 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의 수에 관해서도 최초 검정 신청 교과서는 수천명이라고 기술했으나 탈락 후 재신청 교과서에서는 약 230명(당시 정부조사)이나 약 2610명(요시노 사쿠조 조사), 약 6650명(재일조선인조사) 등 견해가 있어 확정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탈락 후 재신청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내용 변화에는 정부 견해를 반영하도록 한 교과서 검정 기준 외에 위축 효과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신청 교과서는 심사 과정에서 다시 102군데 수정을 거쳐 검정을 통과했다.

여기에는 단순 실수 교정도 포함됐지만 ‘학생이 오해할 수 있다’며 역사를 보는 시각의 변경을 요구한 것도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