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에게 납치돼 금괴 빼겼어요˝… 출동해보니 전과 24범의 자작극?

입력 2015-04-06 18:05
“괴한에게 납치돼 금괴 2㎏을 빼앗겼어요. 도와주세요.”

지난 4일 낮 12시52분쯤 경찰서 112상황실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 속의 한 남성은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가리산 인근에서 남자 3명에게 납치돼 산속에 끌려가 두들겨 맞고서 8700만원 상당 금괴 2㎏을 뺐겼어요”라고 말하며 출동을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직원들을 현장에 긴급 배치해 불상의 남성 3명을 쫓았다.

그러나 경찰 확인 결과 이번 사건은 사기 전과 24범인 전모(45)씨의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인제경찰서는 금괴 강탈 피해를 당하였다고 112에 허위 신고하는 등 자작극을 벌인 혐의(무고)로 전모(45)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전씨는 교도소에서 알게 된 홍모(42)씨에게 “○○군수가 금괴를 숨겨놓은 장소를 알고 있으니 나에게 편의를 제공하면 금괴를 찾아 나눠 주겠다”고 속여 영치금 등 2000만원 상당의 편의를 받았다. 그러나 전씨는 금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곤란해질 것을 우려해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씨는 출소 후에도 금괴를 미끼로 홍씨에게서 술값이나 원룸 보증금 등 편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 등으로부터 계속된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전씨는 결국 지난 4일 홍씨와 그의 쌍둥이 동생 등 3명과 함께 인제 가리산 일원으로 금괴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전씨는 산속에서 홍씨 등을 따돌린 뒤 달아났고, 지나가는 차량을 세워 강도를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한 뒤 112에도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현장에서 붙잡힌 홍씨 일행은 “금괴를 찾아가던 중 전씨가 횡성수설하며 말에 신빙성이 없어 화가나 차에서 내리게 했을 뿐 때리거나 금품을 빼앗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사건 직후 전씨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정밀검사를 받았으나 몸에서 폭행 흔적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금괴를 미끼로 여러 가지 편의를 받았는데, 모든 것이 가짜라는 것이 드러나면 피해자들로부터 해코지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허위 신고를 하게 됐다”고 실토했다.

담당 경찰은 “홍씨 일행이 금괴가 처음부터 허위라는 사실을 눈치 챌 것 같은 생각에 전씨가 지레 겁을 먹고 먼저 일을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타인에게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한 사람은 무고죄(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로 처벌 받는다.

인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