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복 뺏어가서 돌려주지 않습니다” 12년차 소방관의 호소

입력 2015-04-07 06:05
사진=MLB파크 캡처
시민들의 생명을 목숨 걸고 지키는 소방관의 목숨은 정작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모양이다.

소방당국이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방서에서 방화복 1만9318벌을 회수한 뒤 대체 방화복을 아직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일선 소방관들은 화제 진압 출동에 나서며 비번근무자의 구형 방화복을 빌려 입거나 서류상 폐기된 낡은 옛 방화복을 입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직 소방관인데 정부도 지자체도 방화복을 뺏어가서 주지 않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현직 12년차 소방관이라 소개한 글쓴이는 “방화복 없이 소방관 생활한 지 두달이 넘었다”며 “화제 진압 비중이 적은 직원 것은 구급대나 내근 직원 방화복을 빌려 입거나 오래되서 서류상 폐기된 검은색 옛날 낡은 방화복을 창고에서 꺼내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루 이틀, 1주일 정도는 빌려 입거나 폐품 방화복을 입을 수도 있지만 두달이 넘도록 지급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울분을 드러냈다. 그는 “기존에 지급된 방화복이 문제가 있다면 수거가 먼저가 아니라 문제 없는 제품을 먼저 공급한 후 수거해 가는 것이 마땅한 행정”이라며 “선지급후수거 혹은 맞교환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로 비유하면 “군인에게 총 없이, 철모 없이 전쟁하라는 소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안전처는 “전체 보유 방화복이 4만여벌로 1일 9000여명의 현장출동대원들이 착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회수된 1만9000여벌의 소방복을 전부 대체품으로 지급하지 않았지만 시·도별로 7000여벌에 대한 구입 절차를 밟고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