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열흘 앞둔 6일 처음으로 선체 인양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적극 검토’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부는 세월호 선체 인양 방침을 이미 굳힌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유가족들은 단체삭발까지 하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선체 인양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유가족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기를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부가 인양에 소극적이라는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장 표명을 서둘렀다는 설명도 설득력 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선체 인양에 앞서 두 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인양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결론’, ‘실종자 가족·전문가의 의견과 여론 수렴’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전제조건들은 이미 충족됐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세월호 선체 인양 가능성을 검토하는 해양수산부 산하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는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세월호 선체 인양을 찬성하는 국민들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이 전제조건을 내건 이유는 선체 인양을 위한 수순밟기로 해석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고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에 반발하는 상황이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을 끌어안지 못할 경우 정부는 성난 민심과 다시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4·29 재·보궐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권으로선 세월호 유가족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회복세를 보이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세월호 문제로 인해 다시 하향세로 돌아 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 흘러 나왔다.
특히 선체 인양 문제와 관련해 최근 인양을 포기한 스웨덴 에스토니아호의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부가 인양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차단할 필요성도 있었다.
여권 내부에서 선체 인양에 대한 공론화의 한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하자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의 제안에 부정적인 의견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체 인양 같은 중대한 문제를 여론조사에 맡기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비판론이 매우 우세하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참사 1주기인 오는 16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세월호 선체 인양 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우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세월호 선체 정밀탐사 결과’ 보고서 등을 토대로 “선체는 전반적으로 온전한 상태이고, 선체 주변의 해저 지형도 평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인양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세월호 1년] 朴대통령 발언 배경은?… 유가족과 국민 여론 반영해 인양 방침 굳힌 듯
입력 2015-04-06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