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로만 듣던 프로농구계 오심 논란… 심판위 자료 보니

입력 2015-04-06 18:00

지난 4일 울산 모비스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면서 프로농구 장기 레이스도 끝이 났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지만 모비스가 챔프전에서 원주 동부 대신 인천 전자랜드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모비스는 4전 전승으로 챔피언컵을 들 수 있었을까.

‘만약’은 진짜가 됐을 수도 있었다. 심판이 ‘휘슬’만 제대로 불었다면 말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플레이오프(PO)를 치르면서 ‘휘슬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6강 PO부터 접전이 벌어지면서 파울 하나로 경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지난달 27일 열린 전자랜드와 동부의 4강 PO 마지막 5차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를 마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리카르도 포웰의 더블 파울은 문제가 있었다. 중요한 한 골 싸움을 할 때 그런 판정이 나오는 것은 참지 못하겠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전자랜드는 프로농구연맹(KBL)에 심판설명회를 요청했고 최근 KBL은 해당 경기 장면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를 전자랜드에 통보했다. 6일 국민일보가 KBL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경기에서 전자랜드가 지적한 9개 심판 판정 중 6개가 오심이었다. 포웰의 더블 파울도 오심으로 드러났다. 3쿼터 종료 5분 3초를 남겨두고 동부의 공격 코트에서 동부 김주성과 포웰의 더블 파울이 선언됐다. 더블 파울은 두 선수가 동시에 거친 몸싸움을 할 때 불린다. 포웰은 파울이 3개로 늘어났고, 심판 판정에 항의하던 전자랜드 벤치도 벤치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자료에서 경기 분석관은 “더블 파울이 아니라 김주성이 포웰을 밀쳤기 때문에 오펜스(공격자) 파울”이라고 밝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심도 많았다. 3쿼터 김주성이 팔꿈치로 포웰의 턱을 때렸을 때도, 4쿼터 동부 데이비드 사이먼이 정병국을 스크린할 때도 심판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모두 동부의 오펜스 파울이었다. 1쿼터 동부 윤호영이 정영삼을 상대로 시도한 속공 파울(U1)은 일반 파울로 선언됐다. 일반 파울과 달리 U1 파울은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을 갖게 된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오심이라는 결과는 나왔지만 바로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KBL의 오심 논란은 매 시즌 나왔다. 최악의 오심은 ‘15초 사건’이다. 오리온스와 TG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열린 2003년 4월 11일, 종료 1분 16초 전부터 타이머가 15초간 멈췄지만 경기는 계속됐다. 결국 오리온스는 연장전에서 97-98로 패했다. 만일 15초가 정상적으로 흘렀다면 오리온스가 78대 76으로 승리했을 것이란 분석 결과가 뒤늦게 나왔다.

혹자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하지만 PO나 챔프전에선 파울 하나로 승패가 갈린다. 더구나 전자랜드의 오심은 시즌을 마무리하는 잔치에 재를 뿌린 것과 같다. 정규리그 6위였던 전자랜드가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오랜만에 모아졌던 팬들의 관심은 챔프전 진출에 실패한 뒤 사그라졌다. 한 농구 관계자는 “신뢰를 잃은 판정, KBL의 무능한 행정이 농구를 외면하게 만든다는 걸 KBL만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