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주할 수 있게 된 게 기적인 제게 은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7)가 2년 만에 정규 콘서트를 연다. 오는 28일과 30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를 중심 레퍼토리로 해 베토벤, 포레, 그리그의 등의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
6일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0년 전 손이 아파서 갑자기 연주를 못하게 됐을 때 사실상 은퇴한 상태였다”며 “이번에 베토벤 소나타를 다시 연주하면서 스스로도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모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만우절 농담으로 은퇴를 선언했다가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그는 “사람들을 웃기려고 한 것인데 모두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2005년 검지손가락 부상으로 5년 넘게 연주 활동을 접었다가 2011년 극적으로 돌아온 뒤 나이를 잊게 하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3년 15개 아시아 도시 순회 연주를 시작으로 지난해 겨울 영국 3개 도시 연주를 했고 올해는 일본 5개 도시와 서울 공연이 예정돼 있다. 내년부터 유럽 주요 도시 투어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런던 로열페스티벌홀 공연 때 현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기침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영국은 그의 음악적 고향인데다 오랜 세월 거주한 곳이기도 해 당시 공연에 평단과 관객의 주목이 집중됐었다. 그런데 연주회 도중 객석의 아이가 계속 기침하자 부모에게 ‘좀 더 큰 다음에 데려오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이는 연주회 자체와 별도로 공연장 문화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무엇보다 음악을 즐기려고 온 청중에게 방해가 되어선 안 된다”면서 “예술 감상에는 매너와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먼저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주자로서 활동을 중단했던 동안 후학을 길러내는 한편 아프리카 돕기 운동 등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헌정곡 ‘내 영혼 바람되어’의 자선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그는 “음악은 현실의 아픔을 감싸주는 힘이 있다”며 “세월호만이 아니라 아픔이 있는 곳이 어디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달려가겠다”고 했다.
지난 수개월간 문화예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서울시향 사태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그의 친동생이다. 정경화는 “정명훈을 동생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존경한다”면서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의 소리가 바뀐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지휘자인지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음악적으로 평가해 달라”며 “국제적 수준으로 성장한 서울시향이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은퇴 선언은 만우절 농담… 연주할 수 있는 한 은퇴는 없다”
입력 2015-04-06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