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시 제만(70) 체코 대통령이 다음 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행사 참석 문제를 두고 자신을 비난한 체코 주재 미국 대사에게 대통령 관저 출입금지령을 내려 화제가 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제만 대통령은 앤드루 샤피로 주 체코 미국대사에 대해 “앞으로 그에게는 대통령 관저의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샤피로 대사가 지난달 한 언론에 “‘붉은 광장(모스크바를 의미)’의 전승 기념행사장에 체코 대통령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체코에서 유일한 정치인으로 참석한다면 어색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 때문이다.
제만 대통령은 샤피로 대사의 비난 발언이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발끈했다. 그는 “워싱턴 주재 체코 대사가 미국 대통령에게 어느 곳은 가고 어느 곳은 가지 말라고 충고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체코에 주재하는 어느 국가 대사이든 나의 외국 여행 계획에 대해 참견하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체코 대통령실 대변인은 샤피로 대사가 대통령 관저의 사교 모임에는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만 대통령의 ‘화끈’ 발언에 대해 나름대로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서방 국가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관련해 모스크바 승전 기념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잇달아 밝히고 있으나 제만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 측 입장을 두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주재 외국 특파원들은 제만 대통령이 직설적 성격이어서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체코 정부와 자주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체코에서 대통령직은 주로 상징적 역할을 맡고 있으며 제만 대통령은 2013년 처음으로 직접 선출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체코 대통령 미국 대사에 대한 '소심한 복수'
입력 2015-04-06 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