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걸렸네”…TV에 버젓이 배우로 나온 도망자, 수사관 ‘눈썰미’에 덜미

입력 2015-04-06 09:14

버젓이 TV 프로그램 대역 배우로 나온 도망자가 검찰 수사관의 눈썰미에 4년만에 덜미를 잡혔다.

6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팀 소속 A수사관은 지난달 21일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던 중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한 지상파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는 대역 배우가 분명히 4년 전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도망간 J씨(52)가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A수사관은 J씨 같은 자유형(自由刑·신체적 자유를 빼앗는 형벌) 미집행자를 잡으러 다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범행 후 달아난 피의자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되지만, 자유형 미집행자에 대한 형의 시효는 범죄자가 달아나고 나서도 진행된다. 이 때문에 검찰은 형이 확정된 장기미제 사건에 대해 특별 검거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A 수사관은 재빨리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자유형 미집행자들의 사진을 훑어내려갔다. 그리고는 무릎을 탁 쳤다. 4년이 흘렀지만 TV에 버젓이 나온 대역 배우는 바로 스마트폰 화면 속 ‘도망자’ J씨였다.

J씨는 2008년 지인 2명으로부터 2억원 상당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1년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법정구속되지 않은 틈을 타 그대로 도주했고, 궐석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됐다.

수사팀이 방송국에 확인 결과 그 배우가 방송국에 등록한 이름은 J씨의 이름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쓰는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분석해 보니 J씨의 친형과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역배우가 J씨라는 사실을 확신한 수사팀은 같은달 25일 주거지인 양천구의 주택가에서 잠복하다 귀가하던 그를 붙잡았다. J씨는 체포 직후 서울 남부교도소로 이송됐으며 검거 시점을 기준으로 3년 형을 살게 된다. 검찰은 보안상 이유로 A수사관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