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홍모(44·여)씨는 15년 넘게 알고 지냈던 ‘언니’이자 부동산 중개업자 이모(51·여)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KTX 수서역 개발 호재가 들리던 때였다. 이씨는 “수서역사가 신축되면 주변 땅값이 크게 오를 텐데, 인근 비닐하우스를 매입해 시세 차익을 보게 해주겠다”고 했다.
홍씨는 이씨에게 1억여원을 쉽게 건넸다. 생활체육 동호회에서 알게 된 다른 여성들에게도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비닐하우스 투자를 권유했다. 이씨는 언니(54)와 함께 이들에게 수서역 개발에 관한 신문 스크랩을 보여줘가며 2013년 7월까지 모두 18명으로부터 17억2000만원을 ‘투자’ 받았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 일대의 영농시설물 하우스나 주거용 비닐하우스 구입대금 명목이었다.
그러나 이씨 자매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이들이 “소유권이 (당신 앞으로) 이전됐다”며 건네준 부동산매매계약서는 모두 가짜였다. 일부 계약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번이 찍혀 있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이씨 자매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자매는 비닐하우스를 매각할 권한이 없는 상태였다”며 “만약 피해자들이 정말로 비닐하우스를 샀다고 해도 수서역 주변 토지는 이미 수용된 상태여서 한푼도 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KTX 수서역 호재 악용해 ‘비닐하우스 분양권’ 사기…자매 사기단 적발
입력 2015-04-05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