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권노갑 회동 불발

입력 2015-04-05 20:00
권노갑 상임고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부터). 국민일보DB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5일 회동하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권 고문의 4·29재보선 지원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동교동계의 지지를 끌어내 호남 민심을 공략하려던 문 대표의 구상은 일단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회동 명칭과 장소, 참석자들이 수시로 바뀌다가 아예 불발되는 황당한 모양새가 돼 문 대표와 권 고문 모두에게 부담을 남겼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상임고문·최고위원 간담회를 열 계획이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3일 문 대표와 권 고문, 김원기 임채정 상임고문, 정태호 서울 관악을 후보가 참석하는 ‘원로와의 대화’라는 회동을 발표했다가 4일 밤 갑자기 ‘상임고문단·최고위원 간담회’로 형식을 바꿨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상임고문들과 최고위원들로 참석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확대되면서 회동 일정을 재조율해 날짜를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도 관악을 선거지원 활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일정이 조정됐을 뿐 형편이 되는 대로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동 취소가 일정조율 차원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동 불발은 일정 조율을 넘어 친노무현(친노) 진영을 향한 동교동계와 비노 진영의 불편한 감정,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로 풀이된다.

‘원로와의 대화’라는 회동 형식이 ‘상임고문·최고위원 간담회’로 바뀌는 과정에는 권 고문의 뜻이 반영됐다. 그는 애초부터 동교동계의 다수 의견과 달리 재보선 지원 의사가 강했다. 권 고문은 원로와의 대화 계획을 발표한 뒤 3일 동교동계 핵심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뭐 하러 회동에 나가느냐”는 비판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동교동계 의견이 정리가 안 되자 권 고문이 회동 형식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문 대표와 권 고문 측은 참석 범위를 넓혀 부담을 덜어보려 했다가 오히려 탈이 났다. 하루 전에 갑작스레 참석을 통보하자 비노 진영에서는 “병풍놀이 하자는 것이냐”며 불만이 터져나왔다.

문 대표는 2일 원탁회의, 5일 상임고문·최고위원 간담회를 통해 재보선을 앞두고 호남과 비노 진영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려 했으나 잇따라 브레이크가 걸렸다. 박지원 의원의 원탁회의 불참에 이어 권 고문과의 회동마저 불발되면서 호남이 문 대표를 돕지 않는다는 인상이 굳어질 수 있다.

하지만 권 고문은 6일부터 관악을 호남향우회와 물밑 접촉을 시작하고, 박 의원 역시 선거를 도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문 대표와 만나 먼저 이야기를 들은 뒤 동교동계 분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지원을 받으려면 모양새를 갖춰달라는 압박이다.

한편 안철수 의원은 경기도 성남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성남중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