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북동부 가리사 대학에서 기독교인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소말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샤바브가 추가 공격을 경고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이에 맞서 알샤바브를 응징하겠다고 나섰다.
4일(현지시간) 생중계된 TV 대국민 연설에서 케냐타 대통령은 3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공포하고 알샤바브에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면서 “테러리즘이 종식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연설은 알샤바브가 케냐 국민을 향한 이메일 성명에서 “케냐의 도시들이 피로 붉게 물들 것”이라며 “우리는 알라의 허락 아래 너희 정부가 억압을 멈추고 모든 무슬림의 땅이 케냐의 지배에서 해방되는 날까지 숨진 무슬림 형제들의 복수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알샤바브가 기독교 등 타 종교를 가진 사람에 대해 무차별 테러를 가하겠다고 공언한 것이어서 케냐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케냐의 기독교 탄압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무장괴한들이 케냐 몸바사의 한 교회를 습격, 총격을 가해 2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국제 선교단체 ‘오픈 도어스’에 따르면 케냐는 올해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가장 심한 50개국 중 19위로 지난해 43위에서 크게 뛰어올랐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학생들의 복장으로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구분해 비무슬림 학생들을 사살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조엘 아요라는 “괴한들이 기독교 예배당에 난입해 인질들을 끌고나오면서 기숙사로 가 무슬림이 아닌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고 미국 CNN 방송에 말했다. 옷장 속에 숨어 있던 신시아 챠로티크는 AP통신에 “너무 목이 말라 바디로션을 마시면서 이틀간 견뎠다”고 전했다.
구호단체 국제구호위원회(IRC)의 의료요원 르우벤 냐오라는 “인질극이 벌어졌던 강당에 들어섰을 때 모두가 죽은 것처럼 보였으나 우리가 말문을 열자 옷장과 천장에서 학생들이 하나 둘 걸어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어떤 학생들은 죽은 척하려고 이미 숨진 학우들 사이에서 피를 흠뻑 묻힌 채 조용히 누워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독교인들에 대한 살해 행위를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린 성금요일 행사에서 케냐 사건을 “무자비한 잔혹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여전히 우리 형제들이 그들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샤바브 무장대원들은 지난 2일 가리사 대학에서 폭발물을 터뜨리고 무차별 총격을 가해 학생 142명 등 148명을 살해했다. 무장대원 4명도 정부군에 사살됐다. 케냐 정부는 현장에서 체포한 용의자 5명 중 3명은 알샤바브 지휘관인 케냐인 모하메드 모하무드와 관련된 인물이며 나머지 2명은 대학 경비원과 탄자니아인이라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얄샤바브, 추가 테러 경고… 케냐 대통령은 응징 선언
입력 2015-04-05 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