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5일 회동하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됐다. 권 고문은 4·29재보선 지원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지만 동교동계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 호남 민심을 공략하려는 한 문 대표의 구상은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회동 명칭과 참석자들이 수시로 바뀌다가 아예 불발되는 황당한 모양새가 돼 문 대표와 권 고문 모두에게 부담을 남겼다.
새정치연합은 오전 9시 국회 당 대표실에서 권 고문 등이 참석하는 상임고문·최고위원 간담회를 열 계획이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3일 문 대표와 권 고문, 김원기 임채정 상임고문, 정태호 서울 관악을 후보가 참석하는 ‘원로와의 대화’라는 회동을 발표했다가 4일 갑자기 ‘상임고문단·최고위원 간담회’로 형식을 바꿨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논의 과정에서 다른 상임고문들과 최고위원들로 참석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확대되면서 회동 일정을 재조율해 날짜를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도 관악을 선거지원 활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일정이 조정됐을 뿐 형편이 되는 대로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동 취소가 일정조율 차원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동 불발은 단순한 일정 조율을 넘어 친노무현(친노) 진영을 향한 동교동계와 비노 진영의 불편한 감정,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로 풀이된다.
‘원로와의 대화’라는 회동 형식이 ‘상임고문·최고위원 간담회’로 바뀌는 과정에는 권 고문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애초부터 동교동계의 다수 의견과 달리 재보선 지원 의사가 강했다. 권 고문은 원로와의 대화 계획을 발표한 뒤 3일 오후 동교동계와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뭐 하러 회동에 나가느냐”는 비판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동교동계 의견이 정리가 안 되자 권 고문이 회동 형식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문 대표와 권 고문 측은 상임고문단·최고위원 간담회로 참석 범위를 넓혀 부담을 덜어보려고 했다가 오히려 탈이 났다. 하루 전에 갑작스레 참석을 통보하자 비노 진영에서는 “병풍놀이 하자는 것이냐”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미 지난 2일 상임고문단이 중심이 된 원탁회의를 한 차례 개최한 상태였다.
문 대표는 2일 원탁회의, 5일 상임고문·최고위원 간담회를 통해 재보선을 앞두고 호남과 비노 진영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려 했으나 잇따라 브레이크가 걸렸다. 박지원 의원의 원탁회의 불참에 이어 권 고문과의 회동마저 불발되면서 호남이 문 대표를 돕지 않는다는 인상이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의 당내 통합 행보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편 안철수 의원은 경기도 성남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성남중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문재인, 권노갑 회동 불발 왜?
입력 2015-04-05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