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투타 조화로 시계태엽처럼 잘 돌아가는 KIA

입력 2015-04-05 21:48

호랑이가 정상에서 포효하고 있다.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던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투타(投打)의 조화 속에 쾌조의 스타트를 끊고 있다.

KIA는 올 시즌 하위권을 전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팀 성적이 8위에 그친데다 주전 선수가 대거 빠졌기 때문이었다. 2루수와 유격수로서 키스톤 콤비를 이뤘던 안치홍과 김선빈이 동반 군입대했고, 확실한 1번 타자 이대형이 kt 위즈로 떠났다. 하지만 KIA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올 시즌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일까지 가진 5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5연승을 거뒀다. 당연히 순위 표 맨 위에는 KIA가 올라가 있다.

KIA는 맞물린 시계태엽처럼 잘 굴러가고 있다. 마운드에선 양현종과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 임기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양현종은 2경기 13이닝을 던져 단 1점도 내주지 않아 평균자책점이 ‘0’이다. 스틴슨은 지난 1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김광현과 맞상대해 6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2경기에 등판한 험버도 1승 평균자책점 2.70으로 메이저리그 퍼펙트 투수의 명성을 확인시키고 있다. 임기준은 비록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지만 지난 2일 SK전에 선발로 나와 4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KIA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0.93으로 리그 1위다. 2위 NC 다이노스(2.74)와도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10개 구단 중 가장 안정돼 있다는 평가다. 불펜에서는 마무리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진입 실패의 아픔을 딛고 연일 쾌투를 펼치고 있다. 벌써 2세이브로 이 부문 공동 1위에 랭크돼 있다.

타격에선 해결사들이 번갈아가면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LG 트윈스전에선 브렛 필이 5-6으로 뒤지던 9회말 마무리 봉중근을 상대로 역전 끝내기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3일 kt 경기에선 ‘빅초이’ 최희섭이 무려 699일 만에 멀티 홈런을 치며 팀 승리 주역이 됐다. 다음날 kt전에선 ‘캡틴’ 이범호가 3회초 투런 홈런, 9회초 그랜드슬램을 작렬하며 팀의 5연승을 자축했다.

주축 선수들의 심기일전도 연승 행진에 일조하고 있다. 길고 긴 부진에서 탈출한 최희섭은 지난 3일 kt전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옛날 생각이 나서 가슴이 참 찡하다. 팬과 팀을 위해 뭔가 했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다”면서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지만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