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 경주에 꽃핀 현대미술 우양미술관 첫 기획전 '심리적 오브제' 김택기 노동식 정승 작가 3인전

입력 2015-04-05 15:56
김택기 휴먼
정승 작가 작품
노동식 작가 작품
우양미술관 전경
김택기 작품
천년 고도의 경주에 현대미술의 꽃이 활짝 피었다. 지난 4일 경북 경주 보문로 우양미술관에서 ‘심리적 오브제(Psyco objets)’라는 타이틀의 기획전이 막을 올렸다. 우양미술관은 대우그룹이 운영하던 아트선재미술관을 조효식 우양수산 회장이 2013년 인수해 리모델링한 전시공간이다.
조 회장은 미술품 컬렉터로 문화적 기업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경주 힐튼 호텔과 함께 미술관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유명 작가의 소장품 전시를 열어오다가 이번에 첫 기획전을 마련했다. 힐튼 호텔과 우양미술관 근처 보문호에는 전시 개막에 맞춰 마침 벚꽃이 활짝 피었다.
1·2층의 전시장에는 김택기 노동식 정승 작가의 설치, 조각, 영상, 회화 등 40여점이 출품됐다. 김택기 작가는 철을 소재로 피아노를 치거나 트럼펫을 부는 로봇과 태권브이 등 ‘휴먼’ 시리즈(사진) 20여점을 선보인다.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하던 시절 작업한 오브제도 내놓았다.
그의 작품은 선과 덩어리, 차가움과 뜨거움, 비움과 채움, 로봇과 음악 등 배타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현대미술의 차이와 출동에 대해 얘기한다. 지난해 로봇 태권브이 작품을 독도에 설치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작가는 경주에서라도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번에 심혈을 기울였다.
노동식 작가는 솜 재료로 익숙하다. 스스로 솜을 먹고 자랐다고 하는 작가는 솜틀집을 운영한 아버지의 온기를 ‘솜’이라는 매체로 시각화하였다. 잡을 수도 형체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인간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 그 강력한 힘은 작가에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여 작가로서 생존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정치적으로 왜곡된 사건에 주목한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담은 작품과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형상화한 ‘잠재적 재앙’은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을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재앙이라는 점을 표현했다.
정승 작가는 현대 산업사회의 소비재를 예술적 효과로 번안한 작품을 설치했다. 생존을 위해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사회적 소비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작가는 자동차, 네온, 콘센트, 경광등, 플라스틱 로봇인형 등을 통해 작가적 태도가 반영된 오브제를 제작했다. 이를 활용한 작품으로 사회 이면의 부조리에 경각심의 메시지를 던진다.
미술관 앞 조각공원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조각 ‘자화상 Self Portrait’의 작가 쟝 피에르 레이노(Jean-Pierre Raynaud)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심리-오브제’이다. 오브제란 물건을 뜻하며, 사유하는 주체가 인지하는 대상으로서 정신적인 것이 포함된 대상을 일컫는다.
오브제는 입체주의의 보조적 조형요소의 일부로 시작해 다다, 초현실주의, 누보 레알리즘, 네오다다, 팝아트, 미니멀 아트 그리고 개념미술 전반에 이르기까지 오브제가 나타난 양상은 실로 후기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사를 해석하는 한 축이 되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 작품을 통해 무엇을 감상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감상의 대상 자체를 바꿔보기를 권한다. ‘작품을’이 아닌, ‘감각하고 있는 자신을’ 감상하는 것을 뜻한다. 작품의 예술적 효과를 감상하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투영되는 감각들을 알아채낼 때 비로소 예술작품의 주체로서 해석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화 나눔’을 내세우는 미술관의 취지를 살려 이벤트도 마련했다. 작품 이미지가 새겨진 스탬프를 종이에 찍어 가져갈 수 있게 하고, 미술관 로비에 있는 우체통에 편지와 함께 전시 리플렛을 넣으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행사도 진행한다. 조효선 부관장은 “유구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현대미술의 명소로 가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 전시. 7월 11일까지(054-745-7075). 경주=글·사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