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배타고 이집트서 영국까지 간 고양이 “따스한 온정 이어져”

입력 2015-04-05 14:14
사진=RSPCA 캡처

생후 8개월 된 고양이가 홀로 이집트에서 영국 헤리퍼드까지 건너갔습니다. 배에 실린 컨테이너 안에서 무려 5000여㎞의 바닷길을 여행해 17일 만에야 육지에 도달한 것입니다. 영국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대륙을 이동한 새끼 고양이가 불쌍하다며 온정의 손길을 보냈습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영국동물구호협회(RSPCA)가 이집트에서 영국까지 고단한 여행을 한 새끼 고양이 신밧드를 돌보고 있다고 지난 2일 보도했습니다. 이국적으로 생긴 이 이집트 고양이가 가엾은 눈망울로 사람의 도움을 호소했기 때문이죠.

신밧드의 모험은 지난달 8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작됐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약 400㎞이니, 신밧드는 서울과 부산을 12번 넘게 왕복한 셈입니다.

영국 잉글랜드 서부의 헤리퍼드에 도착한 신밧드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시트를 운반하던 세탁 회사 직원이었습니다. 컨테이너 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리자 “아기가 아닐까”하며 걱정을 했죠.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된 건 아기가 아닌 귀여운 새끼 고양이었습니다. 폴짝 뛰어올라 직원의 품으로 다가왔죠. 직원은 “신밧드는 몹시 야위었지만 목소리는 우렁찼고, 태도도 살가웠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구조된 신밧드는 RSPCA로 보내졌습니다. RSPCA의 도움 아래 헤리퍼드에 있는 동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요. 협회의 조사 결과 컨테이너 박스를 운반한 세탁 회사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어떤 경로로 신밧드가 컨테이너 안에 들어갔는지는 아직도 수수깨끼입니다. RSPCA는 “건강을 회복 중인 신밧드를 4개월 동안 보살핀 뒤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신밧드의 사연이 전해지자 사람들의 온정이 이어졌습니다. 신밧드를 돌보는 데 필요한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 사이트를 개설된 것인데요. RSPCA는 신밧드를 돌보는 데 비용 2000파운드(약 324만원)을 부담했습니다. 5일 오후 2시 현재 이 비용의 배가 넘는 3581파운드(579만원)가 224명으로부터 모금되며 ‘영국인들의 온정’을 전했죠.

요즘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버려진 길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쓰레기 더미 속에 숨겨진 음식물 을 찾아내며 쓰레기봉투를 뜯어내는 고양이들로 거리는 몸살을 앓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고양이들이 쓰레기 더미라도 파헤치는 건데요. 집을 잃어 슬퍼하는 고양이는 신밧드만이 아닙니다. 버려진 길고양이게도 사람들의 온정이 전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