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드 소울 나얼 진화랑 개인전 ‘콜라주얼-나얼의 방’ 어린 시절의 추억을 콜라주하다

입력 2015-04-05 12:37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멤버이자 미술작가로도 활동해온 나얼(37)이 아홉 번째 개인전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연다. 대학에서 서양화 등을 전공한 나얼은 2004년 첫 번째 개인전을 연 이후 그간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가졌고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참가해왔다.

이번 전시제목은 ‘콜라주얼-나얼의 방’이다. 콜라주얼(Collagearl)은 콜라주 기법과 자신의 이름 중 얼(earl)을 합성해 만든 것이다. 그는 가수활동하면서 왜 미술에도 관심을 갖는 것일까. “사람들이 나를 화가로서 기억하지는 않겠지만 내 자존심이 더 신경 쓰이는 쪽은 음악보다 미술이에요. 작품을 전시할 때는 미술작가로 봐 주기를 바랍니다.”

드로잉과 오브제를 한 화면에 담아낸 콜라주 작업을 꾸준히 해 온 나얼은 올해에도 지인을 통해 얻은 오래된 흑백사진, 3~4세 때 그렸다는 자신의 그림, 빛바랜 가구, LP 케이스 등을 조합해 콜라주나 설치 작품으로 선보인다. 수집한 재료들을 합성해 스캔 작업을 거쳐 출력하는 방식으로 작업하한다. 큰 작품은 화면을 나눠 조각조각 출력해 하나로 만든다.

나얼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에 관심이 많다. 쓸모없어지는 것들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다 보면 그 결과물이 사람 사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스스로 무엇을 버리는 것을 잘 못해 쌓아두다 보니 이것이 쌓여갔고 채택된 이미지도 이전의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재료가 주는 시간의 흔적과 작품에 보이는 결혼식 장면이나 사람들의 복장 등으로 미뤄볼 때 현대보다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눈에 띈다. 작가는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며 작품에 성경 내용이나 구절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결혼식 장면에서 신부는 예수를 믿는 이들, 신랑은 예수, 결혼은 교회를 상징한다고 했다. 갓난아기는 예수를 믿으면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성서적인 함의를 지닌 작품들에 ‘에끌레시아(Ecclesia·교회)’ ‘하마르티아(Hamartia·죄)’ 등 헬라어 제목을 붙였다.

나얼처럼 그림을 그리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은데, 연예인이 하는 전시로 뭉뚱그려지는 것에 대해선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어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었고, 힘들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본능 같은 것, 그것이 자신에겐 창작이라는 얘기다. 전시는 30일까지(02-738-7570).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