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수서역 주변 땅 사줄게”… 17억 챙긴 자매 사기단

입력 2015-04-05 11:47

KTX 수서역 신설 호재를 들먹이며 비닐하우스를 사면 큰 돈이 된다고 속여 거액을 가로챈 ‘현대판 봉이 김선달’ 자매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이모씨 자매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11년 2월말부터 2013년 7월말 사이 강남구 자곡동 일대의 영농시설물 하우스나 주거용 비닐하우스 구입대금 명목으로 18명으로부터 17억2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KTX 수서역 인근 비닐하우스를 사놓으면 택지개발사업자로부터 상가 및 임대주택 분양권을 받아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중 대표격인 A씨는 이씨 자매와 15년간 알고 지낸 사이이고, 나머지 피해자들은 모두 A씨가 데려온 지인들이라서 피해자들은 이씨 자매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씨 자매는 비닐하우스를 매각할 권한이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던 까닭에 일부 부동산매매계약서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지번이 찍혀 있기도 했다”면서 “만약 피해자들이 정말로 비닐하우스를 샀다고 해도 수서역 주변 토지는 이미 수용된 상태여서 한 푼도 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매는 피해자들로부터 뜯은 돈을 개인채무 변제나 생활비, 투자금 등으로 전액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알려지지 않은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할 방침이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