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흥건한 바닥 헤엄쳐”…케냐 가리사대 테러 생존자의 증언

입력 2015-04-05 11:16
케냐 지방도시 가리사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총격 테러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학 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샐리어스 오모사(20)는 지난 2일(현지시간) 새벽 알샤바브 테러범들이 기숙사에 진입해 총구를 겨누며 잠든 학생들을 깨우고서 입고 있던 복장으로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구분 지었다고 말했다.

친구 2명이 처형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가까스로 현장을 탈출한 오모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군복을 입고 복면을 한 테러범들이 스와힐리어로 ‘우리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즐거운 부활절이 될 것이다’라고 외치고 나서 총격을 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소식에 90Km 떨어진 인근 다다브 난민캠프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구호단체 국제구호위원회(IRC)의 의료요원 르우벤 냐오라(32)는 “그간 수많은 사건을 겪었지만, 이번과 같은 일은 처음”이라며 “일렬로 처형된 시신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머리가 반쯤 날아간 시신부터 곳곳에 총상을 입은 시신 등…. 무시무시한 광경”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AFP가 3일 전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군인들이 테러범들의 총격에 쓰러지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그는 부상자들을 응급 치료하고 나서 인질극이 벌어졌던 캠퍼스 내 강당에 도착했다.

“강당에 들어섰을 때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처음엔 너무 끔찍해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라고 치를 떨었다.

“모두가 죽은 것처럼 보였으나 우리가 말문을 열자 옷장과 천장에서 학생들이 하나 둘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들은 죽은 척하려고 이미 숨진 학우들 사이에서 피를 흠뻑 묻힌 채 조용히 누워 있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시신들 사이에서 외상 흔적이 전혀 없이 피로 범벅된 채 누워 있던 3명의 여학생은 테러범들이 “우리는 죽이거나 죽으러 왔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어 범인들이 ‘피로 흥건한 바닥’을 헤엄치라고 명령하고 나서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고 나서 총을 쏘기를 잊고 현장을 떠났다”라고 증언했다.

이 대학 사범대 2학년인 에이무나 조프리스는 기독교 학생회에서 새벽 예배를 보고 있을 때 총성이 울렸다며 강당 창문 옆 덤불 숲에 몸을 숨겼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조프리스는 창문 너머로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죽음을 알리라고 학우들에게 윽박지르는 범인들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소말리아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아 우리는 지금 처형당하는 것’이라는 학생들의 절규와 함께 총성이 울리고 나서 강당은 이내 침묵에 휩싸였다고 말을 맺었다.

케냐 내무부는 알샤바브의 가리사 대학 공격으로 이 학교 학생 142명, 경찰관 3명, 군인 3명 등 총 14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번 공격을 저지른 알샤바브 소속 무장대원 4명도 정부군에 사살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