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가입하시면 최대 45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드립니다”
과거 대포폰 장사를 했던 전모(39)씨는 지난해 3월 이 같은 통신업체 광고에 눈길이 갔다. 사은품은 상품권, LED 모니터, 우퍼 스피커 등 다양했다. ‘이거 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함께 사기범행을 해왔던 이모(34)씨 등 3명을 끌어들였다.
전씨 일당은 인터넷에 ‘급전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김모(62)씨 등 33명이 100만원씩 받고 이들에게 명의를 제공했다. 이어 고객 유치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인터넷 설치기사 6명이 합류했다.
전씨는 빌린 명의를 이용해 연고도 없는 엉뚱한 주소를 대가며 마구잡이로 인터넷 가입신청을 했다. 한 사람 명의로 적게는 10개, 많게는 450개의 인터넷 회선을 개통했다. 통신사가 허위 신청임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설치 기사들은 회선을 설치한 것처럼 보고했다.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모뎀 등 인터넷 기기와 인터넷 전화기도 전씨에게 넘겼다.
이후 꼬박꼬박 날아든 요금 고지서를 전씨도, 가짜 명의자도 무시했다. 1억원여원이 연체되는 동안 통신사 역시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가입 확인 절차도 콜센터를 통해 이뤄져 까다롭지 않았다”며 “회선 수 제한 없이 가입신청을 받아주던 한 통신사에 범행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전씨 일당은 이어 가짜 명의를 모아 유령 법인을 설립한 뒤 인터넷 가입 회선을 수백개로 늘리기도 했다. 이들이 1년간 사은품과 인터넷 모뎀, 전화기를 팔아 챙긴 금액은 4억원에 달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전씨를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전씨는 법인 명의로 대포폰 150대를 개통해 1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인터넷 설치기사와 명의 대여자 등 공모자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허 찔린 인터넷 업체 과대 마케팅
입력 2015-04-03 0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