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재난과 상처는 젊은 작가에게 어떻게 다가오는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아트스페이스 퀼리아에서 4월 8일까지 열리는 신진작가 김하운의 첫 개인전은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사회문제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개미들이 기어 다니고 화분이 넘어져 있는 방에서 아빠는 책을 읽고 엄마는 식물에 물을 뿌리는 ‘징후 1’가 하얀 팩을 얼굴에 붙이고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의 ‘징후 2’에서는 웃고는 있지만 뭔가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머리를 깎고 수경과 산소통을 입에 문 남자가 변기통 위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숨’, 책이 가득 늘려있는 방에서 팔베개를 하고 옆으로 누워있는 남자를 그린 ‘책벌레’, 음식의 맛을 보는 여자가 하늘을 나는 듯한 포즈를 취한 ‘맛’ 등 일상을 풍자한 그림이 익살스럽다.
‘사랑’은 자식을 잃고 슬픔에 우는 성모상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적 재난과 상처가 주는 불행을 말하고 있다. ‘패착’에서는 수많은 말과 상처로 파괴된 얼굴이 등장하고, ‘희망을 노래했건만’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파괴된 어린 영혼의 얼굴이 표현됐다.
사회 사건이나 현상에 따라 죽음과 이별, 절망과 공포, 상실과 우울 등 감정들은 개개인에게 서서히 징후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징후들은 잔혹한 현실과 마주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면서 각자 숨기고 있는 욕망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원근과 구도를 특이하게 해서 부감으로 바라본 시선이 눈길을 끈다. 공간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붓질한 젊은 작가의 시도와 실험이 돋보인다. 세종대 회화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 동양화과에 다니면서 올해 제44회 후소회 청년작가상을 받은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류철하 전시기획 및 미술평론가는 “김하운의 작업은 징후적 채찍이 가하는 현실의 욕망을 공간에 대한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이중의 풍경이 어설프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독특하고 무엇보다도 대상에 대한 태도가 정직하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고 평했다(02-379-0403).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사회적 재난과 상처의 징후 그리고 희망 신진작가 김하운 첫 개인전 아트스페이스 퀼리아 4월8일까지
입력 2015-04-03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