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쓸어버리려면 옐로스톤 화산에 핵공격 하라" 러 군사전략가 주장…가능할까

입력 2015-04-03 11:08

러시아의 저명 군사전략가가 미국 서부 옐로스톤 슈퍼화산과 샌 앤드레이어스 단층에 핵 공격을 통해 각각 초대형 화산 폭발과 쓰나미를 발생시켜 미국을 초토화하는 전략적 시나리오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게다가 러시아가 화산 폭발과 쓰나미 발생에 필요한 신형 ‘비대칭무기’(핵무기)를 개발해 10년 내에 실전 배치할 수 있다고 장담해 국제적인 관심이 쏠렸다.

공상과학영화나 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를 다룬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황당한’ 주장을 제기한 인물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군사전략가인 콘스탄틴 시프코프 국립 지정학문제연구소 수석 부회장.

그는 최근 VPK 뉴스, 군산(軍産) 쿠리어 등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 간에 냉전 당시를 방불케 하는 갈등이 고조되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이런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시프코프가 내놓은 시나리오의 핵심은 핵 공격을 통해 미국 본토에서 화산폭발과 쓰나미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는 쓰나미와 화산 폭발의 가장 강력한 ‘유도책’은 미국의 지질학적 취약지를 공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취약지가 바로 옐로스톤 슈퍼화산과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 사이의 샌 앤드레이어스 단층(San Andreas Fault).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화산 옐로스톤은 최근 연구 결과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5년 영국의 BBC는 ‘슈퍼볼케이노’(초화산)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과학자들의 말을 빌려 “인류가 직면한 현실이다. 다만, 언제 폭발하느냐만 문제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BBC는 또 폭발 시 분화 1시간 만에 1억t의 분석과 가스가 분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히로시마(廣島) 원폭의 1000개를 합친 것과 같은 위력인 데다 분화 직후 반경 100㎞ 이내 모든 생명체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등 사실상 초토화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형 핵무기 공격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초대형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화산이 폭발하면 미국 전역을 화산재로 덮어버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시프코프는 이를 위해 소규모의 특수부대원들이 휴대할 수 있는 신형 비대칭무기 즉, 소형 핵무기를 개발할 것을 촉구했다.

육지에서는 드물게 변환단층으로 대형 지진의 원천인 샌 앤드레이스 단층에 대한 핵 공격 역시 쓰나미를 일으켜 미국의 인프라를 초토화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해저층에 핵무기를 터뜨려 쓰나미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변환단층이란 판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경계로 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스쳐 지나가는 곳을 일컫는다. 핵 공격에 의한 쓰나미 발생 시 추산되는 미국의 사망자 수는 2억4000만여명. 서유럽 역시 피해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프코프는 미국 인구 80%가량이 해안가 부근에 거주하는 점을 고려할 때 샌 앤드레이스 단층과 대서양에서 쓰나미를 일으키면 2억4000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지난 2005년의 태풍 카타리나의 영향을 고려할 때 대양 해저 부근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키면 높이가 1마일(1609m)이나 되는 파도가 생겨 내륙을 순식간에 휩쓸어버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미국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이나 쓰나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해안가 부근에 거주하는 주민 수가 적어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러시아도 지하 벙커나 지하 화학무기공장 등을 파괴할 수 있는 소형 핵폭탄(EPW)을 개발해 실전 배치했지만 지하 침투 능력과 화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을 수준의 위력 등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옐로스톤의 화산 폭발을 일으키려면 지하 4800m에 형성된 마그마 공간(마그마 챔버)에 도달해야 하는 데 러시아가 보유한 EPW로는 어림도 없는 데다 폭발력 역시 화약 100만t 이상의 메가 t급이어야 이론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 전문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온종일 옐로스톤에 핵 공격을 퍼부어도 화산 폭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결국, 시프코프가 개발과 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새로운 소형 핵무기도 바로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