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붉은 기가 휘날린다?”北주민,’생리’ 붉은 기로 표현

입력 2015-04-03 08:23

북한 여성들은 혁명의 주체로 불리는 ‘붉은 기’라는 정치적인 단어를 일상생활의 용어로 쓴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3일 보도했다.

그들은 달마다 여자라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생리와 연결시켜 붉은 기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쓴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 여성 탈북자는 “시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여성들은 생리 날짜가 다가오면 근심이 배로 늘어난다. 생리주간인 여성들은 얼굴 표정이 어둡고 변소로 들락날락 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일회용 생리대도 없는 북한 실정에서 생리는 여성들에게 차려진 근심덩어리”라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마주 오는 친구의 얼굴색이 여느 때보다 어둡고 피곤하게 보이면 속으로 ‘생리를 하는 구나’라고 생각한다”며 “옆을 지나치며 '어디 아프냐'고 물으면 '이틀 전부터 내 몸에 붉은 기가 휘날려서 그런다”고 말했다.

또 “몸에 붉은 기가 휘날린다는 것은 생리 때 흐르는 피가 붉은색이라는 의미”라며 “옛날 같으면 노동당의 화신인 붉은 기를, 그것도 생리에 비유한다는 것은 생각치도 못하지만 지금은 당 선전구호들을 일반생활과 비유한 말들이 많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이제는 북한여성들도 정권 정치구호를 왜곡하여 생활상유머로 쓰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정권이 주민들에게 주는 혜택이 전혀 없는 북한실정에서 정치선전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값없는 말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가끔 방송 차에서 들려오는 적기가의 노래도 속으로 왜곡하여 부른다. ‘비겁한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 기를 지키리라’를 '누가 뭘 해도 우리는 간다. 시장으로 돈 벌러 오늘도 간다'고 부른다”고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