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끌어온 이란 핵 타결 주역은 정상들 서신외교

입력 2015-04-03 06:29
13년을 끌어온 이란 핵 문제가 2일(현지시간) 타결되기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간의 물밑 ‘서신 외교’가 일등공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막판에 서방 6개국에 서신을 보내 교착상태에 빠졌던 핵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된 것은 2013년 8월 이란에서 강경파인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물러나고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로 정권교체가 이뤄졌을 때다.

당시 이란 경제는 수년간 이어져온 서방의 제재로 피폐해져 있었고 국민들도 그런 민심을 담아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핵 협상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란도 화답하면서 그해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과 서방 6개국 간의 협상이 처음 시작됐다.

협상이 시작될 즈음 오바마 대통령은 하메네이에게 비밀편지를 보내 협상 타결에 최선을 다하자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메네이 역시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물밑 교감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둘은 최근 몇 년 사이 최소 4번 이상 서한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이 로하니 대통령도 각국 정상들과 긴밀히 협의하며 이견들을 절충했다. 특히 그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달 26일 각국 정상들에 보낸 서한에서 타결의 최소 기준들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협상 대표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6개국 중 가장 강경한 입장인 프랑스를 누그러뜨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프랑스는 핵 협상 자체를 반대해온 이스라엘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는데, 케리 장관이 이런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최소화되도록 동분서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핵 문제를 잠시 밀쳐두고, 이란 핵 한 곳에만 올인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이번 결실을 얻어냈다. 지난해 12월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에 이어 이란 핵 문제까지 해결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입지는 물론 공세를 취해온 공화당에 한결 여유를 갖게 됐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