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경기 기록원이 감독과 언쟁을 벌이다 경기장을 떠난 뒤 돌아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기록원 때문에 경기는 3분간 중단돼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원주 동부와 울산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열린 2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3쿼터 종료 3분 4초를 남기고 발생했다.
모비스가 49-42로 앞서있는 가운데 유재학 감독이 본부석 쪽 기록원과 설전을 벌였다. 화가 난 경기 기록원은 의자에 걸려있던 자신의 외투를 챙긴 채 경기장을 나가버렸다. 경기는 기록원이 구단 관계자의 설득을 받고 돌아올 때 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농구 관계자들은 그 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김동광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기록원이 경기 도중 나간 것은 처음 본다. 당황해서 말이 안 나온다”고 했다.
현재 경기 기록원은 각 구단들이 모집하고 있다. 정식 직원은 아니고 농구에 관심이 있거나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구단 모집 때 지원해 선발 과정을 거쳐 뽑힌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이들의 위탁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홈팀들은 교육 받은 기록원들을 경기에 투입시키고 일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전광판에 점수를 표시하거나 24초 개시기를 작동하고 있다.
KBL 관계자는 “심판과 달리 대체 인력이 없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후 유 감독은 기록원과 실랑이를 벌이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작전 타임 요청 때문에 마찰이 생겼다는 게 유 감독의 말이다. 평소 경기에서는 본부석 쪽에 상대방에게 골을 허용하고 나면 바로 작전 타임을 달라고 요청하고 본부석도 이를 받아들여 경기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미리 요청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동부는 경기 도중 평소대로 미리 작전 타임을 요청하는 장면을 봤다고 했다.
유 감독은 “기록하는 쪽에서 구단 매니저를 통해 이번 경기에서는 작전 타임을 미리 부를 순 없고 골을 먹히고 나서 순간적으로 타임을 부르라고 했다”며 “골을 먹히면 우리가 역습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작전 타임 부르기엔 시간이 빠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상대에게 적용하는 기준과는 달라 보여 항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기록원 때문에 경기 중단되는 이상한 프로농구 챔프전
입력 2015-04-03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