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괴한, 케냐 대학서 무차별 총격…최소 22명 사망, 500여명 생사불명

입력 2015-04-03 00:01
케냐 가리사 대학 학생들이 자동차 뒷좌석에 숨어 캠퍼스를 벗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BBC방송 캡처

2일 새벽(현지시간) 케냐 북동부에 있는 가리사(Garissa) 대학 캠퍼스에 복면을 한 무장괴한들이 난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최소 22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소말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는 이날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며 케냐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고 밝혔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테러리스트가 가리사 대학을 공격해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현재까지도 인질을 잡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게 돼 슬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장괴한들은 오전 5시쯤 캠퍼스에 침입해 폭발물을 터트린 뒤 보안요원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교수와 학생들을 인질로 삼았다. 찰스 키뉴아 경찰 지휘관은 “무장괴한들은 이슬람 아침기도가 끝난 직후 학교를 급습했으며 도망치는 학생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고 밝혔다. 무장괴한들은 10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건 초기 케냐 국립재난관리센터는 29명이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고 그중 4명은 위독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질극이 이어지면서 사상자 규모는 계속 확대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상자 호송을 목격한 익명의 가리사시(市) 영안실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케냐 경찰과 군 병력은 기숙사 4곳 중 3곳에 대피명령을 내리고 나머지 1곳 등 대학 건물들을 포위한 채 진압을 시도했다. 캠퍼스를 무사히 탈출한 300여명의 학생들은 인근 군부대로 대피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케냐 당국자에 따르면 800명 이상의 학생 중 550명의 탈출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학교 부학생회장인 콜린스 웨탕굴라는 “막 샤워를 하려던 중 총소리를 들었다”며 “최소 887명의 학생들이 기숙사에 지내왔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기숙사를 탈출한 어거스틴 아랑가는 “총소리에 일어나 보니 학생들이 필사적으로 숨을 곳을 찾고 있었다”면서 적어도 5명의 중무장한 복면 괴한들을 목격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또 다른 학생 니예리 마이나는 “괴한들이 아랍어와 스와힐리어로 ‘우린 알샤바브다. 모두 엎드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괴한들은 특히 기독교인 학생의 경우 즉각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셰이크 알리 무함마드 레이지 알샤바브 대변인은 AFP통신에 “우리 대원들이 대학에 여전히 있으며, 그들의 임무는 알샤바브에 대항하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샤바브는 과거에도 케냐 곳곳에서 테러를 벌여왔으며 케냐 정부가 알샤바브 소탕을 위해 소말리아에 군대를 보내자 이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최근 공언해 왔다. 일각에서는 알샤바브가 ‘이슬람국가(IS)'에 합류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