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초계파 원탁회의, ‘반탁’으로 분리

입력 2015-04-02 21:06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일 각 계파 수장 및 주요 중진들과 ‘초계파 원탁회의’를 열고 전방위적인 긴급 구조요청(SOS)에 나섰다.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의 동반 탈당과 출마로 4·29재보선의 패색이 드리워진 데다 호남과 비노(노무현) 진영이 적극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비노 수장들이 불참해 ‘반(半)탁회의’가 됐다. 전략공천 배제를 통해 분란의 소지를 없애고 재보선을 무난히 넘기나 했더니 위기가 찾아온 모양새다.

문 대표는 만찬을 겸한 원탁회의를 통해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다잡고 재보선 승리를 위한 단일대오를 갖춘다는 포석이었다. 초청 대상은 김한길 문희상 박지원 박영선 안철수 이해찬 정세균 한명숙 의원 등 당 대표(비대위원장)를 지낸 중진들이다. 하지만 2·8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와 격돌했던 박지원 의원은 “오래전 잡아둔 지방 강연 일정이 있다”며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했다. 박 의원은 재보선 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상황을 좀 보자”며 유보적이다.

김한길 의원 역시 “감기가 심하다”며 불참했다. 김 의원은 다만 “요청이 있으면 우리 당 후보들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이유야 어찌됐건 원탁회의가 출발부터 삐걱된 것이다. 비노의 상징성이 있는 김 의원과 호남을 대표하는 박 의원이 참여하지 않으면 원탁회의는 취지가 크게 퇴색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는 향후 박 의원과 동교동계 등 호남 그룹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정·천 전 의원의 출마를 공개 비판했지만 동교동계 인사들 다수가 권 고문의 선거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호남 진영은 “선거 때만 되면 표를 달라고 한다”는 홀대론, 비노는 “상황이 급하니 들러리 세우려는 것이냐”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비노 진영 한 관계자는 “저녁이나 한번 먹자더니 나중에 ‘원탁회의’라고 선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호남과 비노발(發) 불화설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도와주실 것이다. 다들 도와주고 계신다”고 일축했고, 원탁회의에 들어가면서 “박지원 대표님과 김한길 대표님은 따로 뵙고 논의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야권분열을 극복하고 박근혜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기조로 재보선에 임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며 “원탁회의란 공식 회의체 이름이 아니므로 앞으로는 원탁회의로 부르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선거지원 활동을 많이 다녀달라고 부탁하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