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일본 위안부희생자 자손 여전히 고통”

입력 2015-04-02 21:04

미국 하원에서 2007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될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이른바 ‘위안부(comfort women)’로 불린 많은 희생자의 자손들은 여전히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윤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2007년 당시 위안부 결의안 통과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위안부) 결의안을 본회의에 가져 갔고 그렇게 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것을 통과시키는데 우선 순위를 뒀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둔 만큼 상황에서 펠로시 원내대표 등 미 하원 대표단의 방한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지, 거론하더라도 진정한 반성을 담을지 또는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희생자’ 수준의 언급에 그칠지 주목하는 국내 분위기 때문이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2007년 7월 하원의장 시절 마이클 혼다 의원이 주도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는데 큰 역할을 한 인사다.

윤 장관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펠로시 원내대표와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우리 관심 사항은 서로 다 편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에서 올바른 역사인식과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장관도 이번 면담에서 이런 입장을 미국 의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펠로시 원내대표 등 미 하원 대표단을 만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대부분 90세 안팎의 고령이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아베 총리 등 일본 정치지도자들을 향해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해결을 위해 성의를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미 하원 대표단을 1시간 5분 간 만나면서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에 대해선 “북핵, 북한 인권문제가 가장 큰 안보위협”이라며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내는 해결책은 결국 한반도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얀마의 변화, 미국과 쿠바 간 관계정상화 협의, 최근 이란의 핵협상 진전 속에서 북한만이 변화를 외면하고 고립의 길을 걷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펠로시 원내대표의 만남은 2년만이다. 박 대통령이 2013년 5월 미 의회 합동연설을 할 당시 그는 박 대통령의 연설장 입장, 퇴장 안내를 맡기도 했다.

미 하원의원 대표단의 청와대 예방에는 6·25 전쟁 참전용사이자 현재 미 하원의 코리아코커스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지한파’ 찰스 랭글 의원 등 하원의원 8명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