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회의 이란 핵협상 막판 진통…타결·결렬 갈림길

입력 2015-04-02 17:30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협상 시한을 하루 더 연장하면서 1일(현지시간) 저녁부터 2일 오전 6시까지 밤샘 회의를 했다고 AF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이란 핵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이 마라톤 회의에는 헬가 슈미트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부대표가 동석했으며 이날 오전 중 다시 회의를 열어 양측의 입장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미국과 이란의 외무장관은 전날 저녁 9시20분부터 이날 오전 5시50분까지 프랑스, 독일 등의 외무장관과 잠깐 만날 때를 제외하고 계속 협상을 벌였으며, 이와는 별도로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의 전문가들도 두 장관의 회담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계속 진행했다고 미국 국무부 관리들은 말했다.

밤샘 회의를 마친 다음 잠시 회의장 밖을 나온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다시 속개되는 회의에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다.

이란 핵협상에 다시 참석하기 위해 전날 저녁 스위스 로잔으로 돌아온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결승선에서 몇 미터밖에 안 남았다. 하지만 마지막 몇 미터가 제일 힘들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자리프 외무장관도 전날 “이란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협상결과를 준수할 것임을 보여왔고 이제 협상 상대방이 기회를 잡아야 할 때”라며 “하지만 (이란은) 힘에 의한 과도한 요구에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협상 시한을 두 차례나 연장하며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의 협상 책임자인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은 대이란 경제 제재 해제 시점과 이란의 핵 연구시설에 대한 사찰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협상대표들은 국내 강경파로부터 많은 양보를 하지 말고 이란 경제를 옥죄이는 경제 제재 해제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미국 등 주요 6개국은 이란이 타협안을 위반했을 때 신속하게 각종 제재를 원위치할 수 있도록 한꺼번에 모든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또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의 성실한 약속 이행을 의심하며 14일부터 이란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협상 결과가 필요하다.

이번 로잔 회의에서 이란 핵협상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12년간 끌어온 이란 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을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미국의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핵 협상이 지금까지 생산적이고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협상이 교착 상태로 있으면 언제든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것”이라며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타협안을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