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와 가상현실 등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전 세계 젊은이들이 다시 앞다퉈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다 오지는 못한다. 특히 가난한 젊은이들이 그렇다. 비싼 주택 월세 때문이다. 유망한 사업이 있을 때 아이디어가 풍부한 외부인들이 쉽게 유입될 수 있어야 더 번창할 수 있지만 지금은 비싼 임대료가 그런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생산의 3요소(토지·노동·자본)로 불리며 자본주의를 꽃피웠던 토지가 요즘에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땅의 역설’이라고 했다.
전 세계 대도시의 비싼 임대료는 비싼 토지가격에 기인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토지가격을 오르게 한 주범으로 과도한 ‘건축 규제’를 꼽았다. 고도제한이나 용적률 제한 등으로 수요에 부응할 만큼 집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토지의 희소성은 점점 더 커져 가격은 점점 더 치솟고 그런 토지에 집을 지으면 결국 비싼 임대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체 부동산 가격에서 규제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워싱턴DC와 보스턴은 20%,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맨해튼은 50%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시에 창타이 시카고대 교수와 엔리코 모레티 버클리대 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서 과도한 건축 규제가 풀리면 지금보다 최소 5배 더 발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국민총생산(GDP)이 많게는 13.5%포인트 더 상승하고, 미국민 1인당 연수입도 1만 달러(1100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한 건축규제에 따른 혜택을 지주들이 독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규제들은 지주들의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반대로 규제가 완화될수록 주택 및 오피스 임대료가 내려가 개인들이 혜택을 보고, 기업의 1인당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농업생산성이 올라갔을 때 토지 임대료가 싸져 지주들의 혜택이 줄어들었듯 지금은 (용적률 확대 등을 통한) 토지생산성을 높일 때”라고 제안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자본주의 발목잡는 ‘땅의 역설’
입력 2015-04-02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