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여러분의 정원이 매일 물을 머금고 푸르게 빛나던 시절은 갔다.”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가 167년 주 역사상 처음으로 물의 사용량을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1973년 이래 최악의 가뭄에 시름 중인 우리나라 중부지방과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나비효과가 태평양 양안(兩岸)을 강타하고 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1일(현지시간) 산하 모든 기초자치단체들의 물 사용량을 25% 이상 강제로 감축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물 사용량 강제 감축분은 향후 9개월간 18억5000만㎥(1조8500억ℓ)에 달할 전망이다.
브라운 주지사는 “(4년여 간 이어진 가뭄으로) 오늘 우리는 눈으로 치면 5피트(약 150㎝) 정도의 눈이 쌓여 있어야 하는데도 마른 풀만 있는 땅에 서 있다. 역사적인 가뭄 탓에 전례 없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히고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특히 이번 행정명령에는 5000만 제곱피트(4.65㎢)에 이르는 주 내의 잔디밭을 없애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잔디 관리를 위해 낭비되는 물을 줄이기 위해 아예 잔디밭을 대거 없애겠다는 아이디어다.
소비자들의 물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별 수도 사업자들이 요금 부과 체계를 바꾸도록 의무화하고, 물과 에너지 사용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한시적으로 장려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농업용수 이용 시 물 사용 관련 정보를 주 정부의 관련 규제 당국자에게 보고하도록 했으며 대학 캠퍼스, 골프장, 묘지 등에서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이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공공부문에서는 도로 화단의 잔디밭에 물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화장실 변기와 수도꼭지 등에 관한 규제도 강화했다. 새로 지어지는 주택과 개발 단지는 물 사용 효율이 높은 ‘드립 관개’(과수 등의 뿌리 근처에만 물방울을 떨어뜨리도록 해 물을 절약하는 방법)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는 한 음용 가능한 물을 잔디밭 등에 뿌리지 못하게 된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절수 조치로 농장 등 지역 경제에 생길 피해에 대해 “이번 조치로 농작물과 식품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또 “규정 준수를 위해 벌금을 포함한 행정처벌을 집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실제 부과로 이어지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캘리포니아, 1200년 만의 최악 가뭄으로 강제 절수 행정명령…잔디밭도 없애라
입력 2015-04-02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