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원탁회의 개최… 김한길 박지원 불참으로 반탁회의

입력 2015-04-02 17:04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일 각 계파 수장 및 주요 중진들과 ‘초계파 원탁회의’를 열고 전방위적인 긴급 구조요청(SOS)에 나섰다.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의 동반 탈당과 출마로 4·29재보선의 패색이 드리워진데다 호남과 비노(노무현) 진영이 적극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비노 수장들이 불참해 ‘반(半)탁회의’가 됐다. 전략공천 배제를 통해 분란의 소지를 없애고 재보선을 무난히 넘기나 했더니 위기가 찾아온 모양새다.

문 대표는 만찬을 겸한 원탁회의를 통해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다잡고 재보선 승리를 위한 단일대오를 갖춘다는 포석이었다. 초청 대상은 김한길 문희상 박지원 박영선 안철수 이해찬 정세균 한명숙 의원 등 당 대표(비대위원장)를 지낸 중진들이다. 하지만 2·8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와 격돌했던 박지원 의원은 “오래 전 잡아둔 지방 강연 일정이 있다”며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했다. 박 의원은 재보선 지원여부에 대해서도 “상황을 좀 보자”며 유보적이다.

김한길 의원 역시 “감기가 심하다”며 불참했다. 김 의원은 다만 “요청이 있으면 우리당 후보들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이유야 어찌됐건 원탁회의가 출발부터 삐걱된 것이다. 비노의 상징성이 있는 김 의원과 호남을 대표하는 박 의원이 참여하지 않으면 원탁회의는 취지가 크게 퇴색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는 향후 박 의원과 동교동계 등 호남 그룹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정, 천 전 의원의 출마를 공개 비판했지만 동교동계 인사들 다수가 권 고문의 선거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호남 진영은 “선거 때만 되면 표를 달라고 한다”는 홀대론, 비노는 “상황이 급하니 들러리 세우려는 것이냐”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비노 진영 한 관계자는 “저녁이나 한번 먹자더니 나중에 ‘원탁회의’라고 선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호남과 비노발(發) 불화설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도와주실 것이다. 다들 도와주고 계신다”고 일축했다.

문 대표는 이날 한국노총과 정책협약을 맺고 양측간 연대를 재확인했다. 한국노총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정환석 후보가 나선 경기 성남중원 보궐선거 등에서 노동계 결집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협약식에서 “한국노총과 새정치연합은 한 몸”이라며 “(한국노총 출신인 정 후보가) 우리 당이 노동과 좀 더 친한 정당이 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