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거함 삼성화재를 누르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것은 사실상 기적에 가깝다. 오랜 전통의 LIG손해보험과 한국전력, 대한항공 등이 한번도 맛보지 못한 챔프전 우승을 불과 2년차의 OK저축은행이 보란 듯이 해낸 것이다.
유니폼에 새겨진 ‘기적을 일으키자’라는 문구처럼 젊은 선수들은 꿈을 현실로 바꿨다.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이 2년 전 창단팀을 맡았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방송으로 떠돌던 저는 감독으로 영입한 최윤 구단주나 저를 믿고 따라준 선수들이나 모두 기적을 연출한 셈”이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부러워할 만큼 이미 탄탄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돼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 기적이 아니라는 얘기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레프트 공격수 송명근과 세터 이민규는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활약한 선수다. 특히 송명근은 챔프전에서 팀이 고비를 맞이했을 때 삼성화재 블로킹을 따돌리는 연속 강타로 용병급 활약을 펼쳤다. 삼성화재에는 없는 토종 공격수다. 여기에 궂은 살림을 맡고 있는 송희채와 센터 김민규도 물오른 기량을 자랑한다. 송희채는 리시브를 전담하며 OK저축은행 우승의 숨은 일꾼이었다.
쿠바 대표출신으로 한국무대에서 센터에서 라이트 공격수로 변신한 시몬의 가세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다른 용병들과 달리 시몬은 어린 동료들을 다독거리면서 코트의 야전사령관을 자임했다. 챔프전에서 무릎부상으로 호쾌한 오픈 공격은 자제했지만 센터출신답게 블로킹과 속공으로 삼성화재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김세진 감독은 경기 뒤 “센터 출신 시몬을 라이트로 바꿔 쓴 것은 모험이었다”며 술회했다.
OK저축은행의 우승은 앞으로 남자프로배구에 새로운 판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이 주도하던 3강 구도에서 올해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 가세해 팽팽한 상향평준화가 이뤄졌다. 2일 최태웅 신임 감독 체제로 재정비한 현대캐피탈은 벌써부터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제종길 안산시장은 전날 OK저축은행 축승식에 참석해 현재 2280석 규모의 안산 상록수체육관 대신 배구체육관을 새로 짓겠다고 약속했다. 안산시는 5월초 안산에서 열리는 시 축제기간에 육군 51사단이 제공하는 군용 지프 차량으로 선수단의 우승 축하 카퍼레이드를 벌이기로 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프로배구]OK저축은행 우승은 기적에 가깝지만 충분한 자격있었다
입력 2015-04-02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