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통일은 옛 동·서독의 교회가 조성한 화해 분위기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북한사회는 아주 폐쇄적이어서 북한교회가 역할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한반도가 통일되려면 한국교회가 남북의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독일의 통일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 갈등과 분쟁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독일 화해연구소의 마르틴 라이너(55) 소장은 1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화해연구소는 독일 예나대학교 부속기관이다.
라이너 소장은 기독교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가 화해라고 강조했다. 화해는 예수 그리스도가 먼저 본을 보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라며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이들을 용서했다. 성경도 화해를 강조하고 있다. 고린도후서 5장 19절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리라”고 전한다.
라이너 소장은 “예수 그리스도가 도저히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용서하고 화해한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화해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은 갈등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갈등의 한복판에서 화해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등 상황이 안정될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의 처우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독일 통일에는 동독을 탈출해 서독으로 넘어온 이들이 급증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서독은 동독을 탈출한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고 정착금과 연금을 줬습니다. 그러자 너도나도 서독으로 탈출했습니다. 서독은 또 동독의 정치범을 돈을 주고 데려왔습니다. 막판에는 동독 인구의 40%가 서독으로 넘어왔습니다. 통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라이너 교수는 서울신대가 3일 개최하는 ‘한반도의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 국제 학술대회에 참가해 ‘십자가 신학과 화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서울대 평화연구소 방문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다. 지난달 31일에는 경기도 파주 통일전망대를 방문했다.
그는 “통일전망대에 올랐을 때 통일 이전 동·서독을 갈라놓은 벽을 마주 했을 때처럼 답답했다”면서 “오는 10월 ‘통독 25주년 기념식’이 독일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되는데, 한반도도 조속히 통일을 이뤄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릴 수 있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상황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북한을 방문해 정치 역사 심리 신학적 관점에서 남북이 화해할 방법을 도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천=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독일 화해연구소장 마르틴 라이너 교수 인터뷰
입력 2015-04-02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