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직후 엄마의 첫 모유인 ‘초유’의 면역 보호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어 신생아들에게 많이 권장되고 있다.
초유는 분만 후 4~7일까지 처음으로 배출되는 모유를 말한다. 초유에는 단백질 중 면역성과 관계가 있는 면역글로불린A 함량이 특히 많으며 항균 작용을 하는 락토페린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임신 35주 미만 초미숙아는 대부분 출생 직후 수 일 동안 생체 활력 징후가 불안정하고 장이 미숙해 초유를 먹지 못한다. 튜브를 통해 모유나 분유를 공급하는 방법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초유를 출생 직후 미숙아의 입안 점막에 조금 묻혀주면 면역력을 높이고 패혈증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한석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주영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미국소아과학회지(Pediatrics)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28주 미만으로 출생한 초미숙아 24명에게 출산 직후 초유를 받아 볼 양쪽 점막(구강인두)에 0.1㎖씩, 3시간마다 3일간 발랐다. 반면 같은 수의 대조군에는 증류수 0.2㎖를 같은 방법으로 주입했다.
구강인두는 인체 내부가 외부와 만나는 점막으로, 이곳에 있는 점막면역 림프조직에서는 면역글로불린A, 락토페린, TGF-beta 등 여러 면역물질이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과 바이러스, 진균 등에 대해 1차 방어작용을 한다.
하지만 초미숙아는 이런 1차 방어능력이 매우 취약하다. 더욱이 초미숙아는 인공호흡기에 연결된 기관삽관 튜브와 모유나 분유를 공급하는 장관영양 튜브 등이 구강 내에 있어 점막의 방어벽이 손상되거나 감염의 경로가 되기 쉽다.
이번 연구결과, 연구 개시 1주째 소변 중 면역글로불린A(immunoglobulin A)의 농도(이하 단위 ng/g)가 초유 투여군(71.4)에서 대조군(26.5)에 비해 의미 있게 높게 나타났다. 면역글로불린A는 혈청 성분 중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항체로서 점막을 통해 침입하는 감염을 억제한다.
신체 방어역할에 큰 도움을 주는 락토페린(lactoferrin)의 농도도 대조군(0.9)에 비해 초유 투여군(3.5)이 훨씬 높았다. 락토페린은 초유에 함유된 항균·항바이러스 물질로 모유를 통해서만 신생아에게 공급된다.
2주째에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염증인자로 알려진 인터류킨-1베타(interleukin-1β)의 농도가 대조군(91.8)보다 초유 투여군(55.3)에서 더 낮았다. 이 물질은 미숙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괴사성 장염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임상적 패혈증 발생률도 대조군이 92%인 반면 초유 투여군은 50%에 그쳤다.
연구팀은 초유의 여러 면역인자들이 구강 내에 존재하는 '점막면역 림프조직'과 상호작용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대병원 김한석 교수는 “초유의 장점은 많이 알려졌지만, 초유를 못 먹는 초미숙아를 위한 방법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이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모유를 먹을 수 없는 상태의 미숙아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초미숙아, 출산후 첫 모유 볼 안에 바르면 면역력↑, 패혈증 위험 ↓
입력 2015-04-02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