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일제의 포로 감시원으로 동원됐다가 전범의 멍에를 뒤집어쓴 이른바 B·C급 전범들의 모임인 동진회(同進會)가 1일 ‘환갑’을 맞아 이를 기념하고 일본 정부에 사죄와 보상 입법을 요구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학래(90) 재일본 동진회 회장과 강도원(77) 재한 동진회 회장 및 일본 시민단체 및 학계 인사 100명 이상이 참석했다. 후지타 유키히사(藤田幸久) 참의원(민주당)과 이케우치 사오리(池內沙織·여) 중의원(공산당) 등 국회의원 6명도 참석해 입법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한국인 BㆍC급 전범’은 일제가 태평양전쟁 때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의 연합군 포로감시원으로 투입했던 조선인 중 일본 패전 후 열린 연합군의 군사재판에서 포로학대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148명을 말한다. 일본은 3200여 명의 조선인들을 군속 신분으로 허위 모집한 후 포로 감시원으로 투입했고, BㆍC급 전범으로 지목된 한국인 148명 중 23명이 처형됐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긴 세월 ‘일제 부역자’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했고, 전후 일본 정부의 국적 이탈 조치에 따라 일본 국적마저 상실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전범이 아닌 강제동원 피해자라는 인정을 받음으로써 최소한의 명예는 회복했지만 일본 정부로부터는 어떠한 사죄와 보상도 받지 못했다.
대부분 고령으로 사망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2명 있었다. 귀환하지 않고 일본에 남아 1955년 4월 동진회를 설립한 사람들 중 생존해 있는 사람은 이학래 회장을 포함해 5명뿐이다.
이 회장은 “일본 정부가 스스로 부조리를 시정해 빨리 (B·C급 전범 보상을 위한) 입법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원한을 다소나마 치유하고 명예회복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년은 전후(戰後) 7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그리고 동진회 결성 6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이 기회에 오랜 현안을 반드시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이케우치 의원은 “주오(中央)대 재학시절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교수의 강의를 들은 것을 계기로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살아왔다”며 “여러분과 한마음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요시아키 교수는 일본 전쟁책임자료센터 대표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이종선 기사
“끌려간 것도 억울한데…‘전범 멍에’까지” 동진회의 슬픈 환갑잔치
입력 2015-04-01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