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질끈 묶고 고개 푹… 수감 93일째 수척해진 조현아

입력 2015-04-01 19:28
조현아(41·여)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일 오후 3시30분쯤 머리를 질끈 묶고 안경을 쓴 채 항소심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과 1심 재판 내내 머리를 푼 채 재판을 받았고, 안경을 쓴 적은 없었다. 옥색 수의는 1심 재판 때와 같았지만 굳게 입을 다문 표정은 이전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피고인석으로 걸어와 변호인 사이에 앉았다. 의자 밑으로 그가 신은 흰색 운동화가 보였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앉자마자 고개를 떨궜다. 재판장이 본인이 맞는지 묻자 “네”라고 작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다소 쉬어 있었고 거의 들리지 않았다. 착잡한 표정은 재판 내내 이어졌다. 고개를 숙인 채 종종 눈동자만 이리저리 움직였다. 변호사가 가져온 서류를 직접 검토해보거나 두세 차례 안경집을 만질 때를 제외하면 두 손은 깍지 낀 채 무릎에 모으고 있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이 자리를 빌어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겠다. 선처를 구한다”고 덧붙이고 재판부를 향해 목례를 했다. 조 전 부사장은 15초 정도 짧게 심경을 밝혔다. 자리에 다시 앉고 나서는 감정이 북 받친 듯 빨개진 코를 만지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48일 만에 법정에 서게 됐다. 구속 수감된 후로는 93일이 지났다. 그는 불면증 등 심리적 불안 증세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 측의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은 형벌 이전에 감당할 수 없는 비난을 받았고 수감생활로 피폐해진 상태”라며 “박창진 사무장과 피해자들의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 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 측은 그러나 항로변경죄에 대해선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항로는 공중에 있는 길을 의미하는 것이지 땅에 있는 활주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폭행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실제적으로 항공기의 운항을 저해할 수준은 아니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다만 강요죄 등은 2심에서 다투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 측은 “조 전 부사장이 뉘우치고 있다고 하나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정말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사적 지위를 이용해 비행기 안전을 위협한 죄질 등을 고려할 때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20일 오후 2시 열린다. 곧바로 결심 공판으로 진행돼 검찰 구형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