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日 노인 맞춤 백화점 인기

입력 2015-04-01 16:58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게이오백화점은 노인들의 ‘아지트(은신처)’로 불린다. 이곳을 찾은 쓰루마키 히사코(83·여)씨는 “젊었을 때는 다른 백화점을 주로 다녔지만 이제는 너무 넓어서 쇼핑을 하다 지친다”며 “곳곳에 의자가 있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밀집한 신주쿠에서 이 백화점은 남다르다.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띠게 천천히 움직이고 계단 손잡이도 다른 곳에 비해 낮게 설계됐다. 일찌감치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최근 이처럼 ‘노인 맞춤’ 백화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일 보도했다.

도쿄 오타구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다이신백화점도 노인 맞춤 백화점 중 하나다. 인근 기차역에서 15분이나 떨어져 있어 입지가 썩 좋지 않지만, 이 백화점에는 오전 9시30분 개점과 동시에 수십 명의 노인이 밀려든다.

이 백화점 식품 코너에는 100가지가 넘는 장아찌가 진열돼 있으며, 생활용품 매장도 ‘칫솔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종류를 선보이고 있다. 노인들이 즐겨 찾는 기호품과 생활용품에 특화해 매장을 구성한 것이다. 또 이곳은 손님이 찾는 상품은 무엇이든 갖다놓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노인들이 오래 사용해온 특정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때문에 딱히 주변 대형마트에 비해 저렴하지 않은 데도 노인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이곳은 무료 셔틀버스와 배달 서비스도 하고 있다.

닛케이는 대부분의 백화점·대형마트들이 최신 유행을 추구하고 점포 확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고령 소비자들은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딱 필요한 물건만 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 맞춤 백화점들은 그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일본에서 60세 이상 노인이 쓰는 돈은 연간 약 100조엔(약 922조원)으로 추산된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갈수록 일본 사회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인이 소비하는 규모도 매년 1조엔씩 늘어날 것이며 2030년에는 고령자가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