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와 일선 시·군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무상급식이 유상으로 전환된 첫 날인 1일 진주 지수초등학교 건물 뒤편에 커다란 가마솥 2개가 설치됐다. 이 학교 학부모 10여명이 지수초등학교 학생 49명과 병설 유치원생 5명, 지수중학교 학생 25명의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천막을 치고 가마솥을 내다 걸은 것이다. 이들이 점심를 직접 준비한 것은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학부모회는 2일에도 자장밥을 준비해 급식하기로 했다. 이후 일정은 회의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지수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학부모 지미해(42·여)씨는 “무상급식 중단은 농촌에 대한 역차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각급 학교 무상급식이 유상으로 전환되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경남 초·중·고교는 지난달 중순 학교급식 유상전환 안내문과 4월분 급식비 내역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발송했으며 이날 첫 유상급식을 실시하게 됐다.
그동안 무상급식 혜택을 받았던 756개 학교(전체 학교 990개) 28만5000여명 중 21만8000여명의 학생이 급식비를 내고 점심을 먹게 됐다. 도내 전체 학생 44만7000명 중 14.9%를 뺀 나머지는 돈을 내고 밥을 먹게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곳곳에서 무상급식 중단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동지역 일부 학부모들도 자녀에게 도시락을 싸거나 점심을 집에서 먹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는 의미로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학부모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락 싸기 움직임은 경남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소속 교사들은 ‘무상급식을 촉구하는 경남 교사 선언’을 하고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규탄했다. 전교조는 이날 도내 전체 980여 학교 가운데 160~170곳에서 교사들이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해 ‘점심 한끼 단식’을 했다고 밝혔다.
창원시 동읍 신방초등학교에서는 전체 교사 38명 가운데 12명이 점심 단식을 했다. 교사들은 빈 식판 위에는 ‘아이들의 소중한 밥상을 지켜 주세요’ ‘급식도 교육입니다. 의무교육, 의무급식으로’라고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다.
또 경남지방자치센터와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마창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은 ‘경남도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과 홍 지사의 미국 출장 중 골프에 대해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저항은 농촌지역에서 더 심각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 전교생 37명 중 1명을 제외한 36명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하동과 함안, 통영, 밀양, 거제 등지의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무상급식 재개 촉구 선전전을 벌이며 학부모단체들이 도내 100여 개 초·중·고교 앞에서 무상급식 재개와 서민자녀 교육지원조례 반대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인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도 각각 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홍준표 도지사를 규탄하고 항의서한도 전달할 계획이다.
박종훈 교육감은 이날 “22만명의 학생이 당장 경제적 부담을 떠안는 데 대해 교육감으로서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제가 도시락을 싸서 들고 가더라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아이들이 밥을 굶도록 방치하지는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남이 선별급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또 있다. 부채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경남은 그 동안 1조3500억원에 달하는 부채로, 부채를 얻어 부채를 갚는 빈곤의 악순환으로 재정을 운영해 왔다”며 “제가 지사로 취임한 2년3개월 동안 이자 포함 하루에 9억원씩 부채를 갚아 6000억원대로 부채가 내려가 이제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경남 유상급식 전환 첫날… ‘솥에 밥 짓고, 한끼 단식’ 반발
입력 2015-04-01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