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끝난 슈틸리케호… 킬러 없는 한계 드러내 월드컵 예선 고전 우려

입력 2015-04-01 20:59

‘슈틸리케호가’ 3월 A매치를 1승1무로 마쳤다. 결과는 무난하지만 내용은 실망스럽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인 한국은 지난달 27일 우즈베키스탄(72위)과 1대 1로 비겼고, 31일 뉴질랜드(136위)에겐 1대 0으로 이겼다. 킬러가 없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평가전이었다. 이대로라면 오는 6월 시작되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평가전에서 보여 준 경기력은 2015 호주아시안컵 당시와 다르지 않았다. 당시 유기적인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공수 조직력도 느슨했다. 개인 기량을 앞세워 27년 만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도 구자철(26·마인츠·우즈베키스탄전 선제골)과 이재성(23·전북·뉴질랜드전 결승골)의 개인 활약에 힘입어 체면을 유지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평가전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새로운 조합을 시험하는 등 큰 그림을 그렸다. 아시안컵 때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경기 내용과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전날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5대 1 대승을 거뒀다.

우즈베키스탄과 뉴질랜드 선수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이기고자 하는 강한 정신력이다. 한국 선수들은 몸싸움과 공중 볼 경합, 스피드, 투지 등에서 밀렸다. 평균 연령이 21.9세, 20회 이상 A매치 출전 선수가 세 명에 불과한 뉴질랜드는 지난달 23일 한국에 들어와 한국전에 대비해 집중훈련을 했다. 뉴질랜드는 선수비-후역습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한국이 만날 팀들도 선수비-후역습 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허물고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선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한국의 스쿼드를 살펴보면 미드필더와 원톱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을 비롯해 손흥민(23·레버쿠젠), 구자철, 남태희(24·레퀴야), 한교원(25·전북) 등이 건재한 가운데 김보경(26·위건), 이재성이 합류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이번에 뽑히지 않은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 이명주(25·알 아인), 박종우(25·광저우 푸리) 등도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킬러 역할을 수행할 원톱 자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정협(24·상주)은 제 역할을 했지만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은 경기 감각이 떨어져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6월 11일 시작해 내년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앞서 4월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2차 예선에 나서는 40개국을 대상으로 조 추첨이 이뤄진다. 2차 예선에선 5개 팀씩 8개조로 나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러 각 조 1위 8개 팀과 2위 팀들 중 상위 4개 팀 등 12개 팀이 최종 예선에 진출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