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행복한 축구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미네이터’ 차두리(35·FC서울)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A매치 평가전이 끝난 뒤 “나는 복을 받은 사람인 것 같다”며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가겠다. 나보다 더 훌륭한 기록을 남긴 선수도 많은데 나는 팬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뉴질랜드전에 선발 출전해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 뒤 전반 42분 그라운드를 떠났다. 팬들은 14년 동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씩씩하게 그라운드를 누빈 차두리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프타임 때 열린 은퇴 행사에서 차두리는 아버지인 차범근 전 국가 대표팀 감독에게 꽃다발을 받고는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이에 대해 차두리는 “아버지 명성에 도전하고 싶었다. 아버지보다 잘하고 싶었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현실의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하다. 아버지 아성에 도전해 실패해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처에도 못 가니 속이 상하더라. 그러나 아버지는 내가 가장 존경하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의 롤모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인 한국은 134위인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고전한 끝에 후반 40분 터진 이재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 0으로 이겼다. 차두리는 “이기려고 끝까지 열심히 뛰어 준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차두리는 대학생이었던 자신을 뽑아 준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라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우즈베키스탄과의 2015 호주아시안컵 8강전이라고 말했다. 차두리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일단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싶다”며 지도자의 길에 관심이 있음을 표명했다. 이어 “대표팀에 들어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 축구는 대표팀 위주로 돌아간다. 매 경기 열정을 다해 플레이하면 팬들이 늘어나고, 또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도 낼 수 있을 것이다”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차두리는 피지컬은 좋은데 기술이 약하다는 지적에 “인터넷에서 피지컬은 아버지를, 기술은 어머니를 닮았다는 댓글을 봤는데, 공감이 가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뉴질랜드는 젊은 팀으로 체력이 좋아 세트피스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며 “90분을 놓고 봤을 때 우리가 승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부임한 이후 경기 결과(9승1무3패)를 봤을 때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력 부분에선 더 발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과 다시 대표팀에 돌아온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 선수층이 두터워졌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국가대표 은퇴 차두리 "나는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
입력 2015-03-31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