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을 계획 중인 삼성전자 직원 A씨는 금요일 오전까지 평소보다 더 많이 근무하고 금요일 오후부터 쉴 수 있다. 주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면 피로를 푼 뒤 월요일 오후에 출근해도 된다. 신제품 출시 준비로 밤 12시까지 근무한 B씨는 숙면을 취한 뒤 다음 날 오후에 회사에 나가도 된다.
삼성그룹이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한다. 하루 4시간을 기본으로 주 40시간 내에서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근무체제다. 삼성이 파격적인 자율 출퇴근제를 채택함에 따라 다른 기업에도 이 같은 시스템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3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월부터 사업장별로 자율 출퇴근제를 단계적으로 시작한다. 삼성 관계자는 “본인이 알아서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가 직원들의 창의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앞으로 전자 계열사인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는 물론 다른 사업 부문의 계열사에서도 이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삼성의 출퇴근 변천사는 1993년 시작됐다. 이건희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발표한 직후인 그해 7월 그룹 전체 계열사에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가 도입됐다. 출근 시간의 정체를 피하고 집중 근무를 한 뒤 일찍 퇴근해 자기 계발 시간을 갖도록 유도한 시스템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일괄 적용하다보니 부작용도 있었다. 해외 바이어와 거래를 하는 영업직은 저녁 늦게까지 일을 처리하다보니 조기 출근이 부담스럽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제도는 2002년 2월 폐지됐다.
삼성전자는 2009년 ‘자율 출근제’를 도입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임직원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다.
2012년에는 퇴근도 자유롭게 하는 자율 출퇴근제가 수원 DMC연구소에 처음 도입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연구개발·디자인직 등 일부 직군에 한해 시범적으로 적용해왔다. 4월부터는 생산직을 제외한 모든 직군에 확대 시행하되, 부서별 특징과 사업장 상황에 따라 적용 시점은 차이를 두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 스스로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인 시간에 맞춰 일하고, 그 결과에 대해 적절하게 평가받는 시스템”이라며 “일부 부서에서 시범 운영을 해본 결과 이젠 문화로 정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위로 올라갈수록 일을 많이 하는 조직이다.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임원들은 2012년부터 ‘임원 조기출근제’에 따라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하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주 40시간 내 알아서 근무 조절,삼성전자 자율 출퇴근제 전면 시행
입력 2015-03-31 2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