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차두리... 반갑다 이재성

입력 2015-03-31 22:10
사진=MBC 캡처

“차두리, 차두리, 차두리….”

하프타임 때 그의 이름이 경기장 가득 울려 퍼졌다. 팬들은 14년 동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씩씩하게 그라운드를 누빈 ‘차미네이터’ 차두리(35·FC서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늘 해맑게 웃던 차두리는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뉴질랜드의 A매치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이재성은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려 태극마크를 반납한 ‘두리 형님’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고마워, 차두리=차두리는 뉴질랜드전까지 A매치 76경기에 출장, 4골 7도움을 기록했다. 돋보이는 기록을 남기진 못했지만 팬들로부터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밝은 표정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막내로 한국의 4강 신화에 힘을 보탠 차두리는 2015 호주아시안컵에선 최고참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한국에 준우승을 안겼다.

주장 완장을 찬 차두리는 자신의 은퇴경기에서 과감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패스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차두리는 전반 42분 김창수와 교체돼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하프타임 때 열린 은퇴 행사에서 차범근 전 국가 대표팀 감독은 아들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뜨겁게 포옹했다. 차두리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았다. 차두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잘하진 못했지만 항상 열심히 했다”며 “후배들이 잘할 땐 박수를 보내 주시고, 못 할 땐 성원을 보내 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반갑다, 이재성=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인 한국은 134위인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이재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 0으로 이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 뉴질랜드전에 정예 멤버를 선발로 출격시켰다. 그러나 한국은 쉽사리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공격의 활로를 열지 못했고, 유기적인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아 공의 흐름이 뻑뻑했다. 체격이 좋고 조직력도 탄탄한 뉴질랜드를 상대로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38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렸다. 한교원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골키퍼에게 파울을 당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손흥민의 킥은 골키퍼 선방에 걸리고 말았다.

후반 구자철과 곽태휘가 투입되자 경기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패스가 빨라졌고, 압박과 유기적인 움직임도 좋아졌다. 기다렸던 한국의 골은 후반 40분에야 나왔다. 이재성은 김보경의 슛이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오자 골지역 왼쪽에서 왼발 슈팅을 날려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A매치 두 번째 출장에서 골 맛을 본 이재성은 ‘슈틸리케호’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뉴질랜드전까지 13차례의 A매치(9승1무3패)를 지휘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긴 여정을 준비한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은 오는 6월 11일 시작해 내년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