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서 첨병 역할을 해온 미국 특수부대의 활동 영역이 검은 돈 거래 추적으로까지 확대됐된 것으로 31일 나타났다.
목표물에 대한 사전 정찰이나 무력화, 알 카에다 창시자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주요 테러리스트 제거 임무 등을 주로 해온 특수부대가 이제는 금융 분야까지 진출한 것이다.
헤즈볼라가 미국에서 사들인 경비행기를 베네수엘라 카르텔에 되팔아 멕시코 등 역내 지역의 마약 유통의 주요 운반수단으로 이용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고 탬파트리뷴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미 육군사관학교 부설 대테러센터(CTC)는 전 세계적으로 10달러가 유통될 때마다 이런 초국가적이고 폭력 범죄 조직들이 빨아들이는 돈을 2∼3달러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이런 테러·범죄 조직 간의 초국가적 금융거래를 추적해 분쇄하는 데 특수부대를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수부대원들의 구체적인 역할은 여전히 기밀이지만, 위험도가 높은 위장요원(undercover)으로 투입되거나 거래 현장의 무력 제압 등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이 임무를 전담하는 미 통합특수전사령부(SOCOM) 산하 '초국가적 위협대응과'(일명 '36과')는 경화(硬貨) 거래 추적 뿐 아니라 점차 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 같은 온라인 가상화폐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36과가 주목하는 것은 비트코인이다. 교환과 구매가 손쉬운 경화에 비해 비트코인은 은행이나 환전소 등 금융거래기관을 거칠 필요가 없어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테러·범죄 조직의 검은 거래에는 제격인 셈이다.
중동을 요동치게 하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금융거래도 SOCOM의 우선 임무다. IS는 현금 거래 중심체로 전 세계적인 경제체제와는 거리를 둔 반(半)폐쇄, 고립 성격이라는 게 SOCOM의 판단이다.
IS는 그동안 점령지 생산 원유 밀매, 납치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한 몸값, 고미술품 등 약탈 문화재 밀매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이런 자금을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로 유통하려는 IS의 기도는 연방수사국(FBI), 재무부, 중앙정보국(CIA) 등 관련 기관원들과의 팀워크를 이룬 특수부대원들의 노력으로 여러 차례 적발되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10달러 유통 때 2~3달러 검은돈 변신?”美 특수부대, 업무 영역 확대
입력 2015-03-31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