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간질) 증세로 쓰러진 환자를 응급처치한 뒤 119구급대를 불러 목숨을 살린 의무경찰의 선행이 시민 제보로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서초경찰서 방범순찰대에 근무하는 박희형(22) 송재성(22) 일경은 지난 27일 오전 9시50분쯤 대전유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대전에서 응급조치, 간호 방법 등 ‘의무 교육’을 받고 부대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10시 출발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던 박 일경 일행은 뇌전증으로 경련을 일으킨 40대 남성 A씨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당시 A씨는 입에 거품을 물고 눈동자가 돌아간 채로 버스터미널 플랫폼에 쓰러졌다. 주변 시민이 A씨를 보고 웅성거렸지만 선뜻 다가가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박 일경 일행은 망설임 없이 A씨에게 다가갔다. 이들은 119에 신고하고 A씨를 일으켜 세운 뒤 기도 확보 등 응급처치를 했다. A씨의 증상이 점차 나아지자 의식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말을 걸고 팔다리를 주물렀다. 이들은 터미널 직원이 ‘119 구급차가 곧 도착할테니 버스를 놓치지 말고 타시라’고 강권하자 비로소 현장을 떠났다.
박 일경 등의 선행은 당시 주변에 있던 시민 한 명이 이날 오후 서초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세상에 알려졌다. 사연을 올린 윤현미씨는 “그 자리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며 “저 역시 어떡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는데 의경들이 달려가 응급처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썼다. 박희형 일경은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해 선임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뜻밖에 시민께 칭찬을 받게 돼 부끄러우면서도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뇌전증 발작 환자를 도운 서초경찰서 의경들
입력 2015-03-31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