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전망] 쉽게 낸다지만 체험난이도 오히려 높아… 교육부는 함구

입력 2015-03-31 17:31
올해 수능도 지난해처럼 영어와 수학 등 주요 과목은 쉽게, 탐구 영역은 어렵게 출제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해와 같은 수능 출제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어 영역에서 EBS 교재와 같은 지문을 사용하는 문항 수가 줄어 수험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난이도는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난이도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입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입시업체, 학교 현장, 수험생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쉬운 수능에도 체감 난이도 올라갈 듯=교육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개선방안 및 2016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 브리핑에서 “올해 수능은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풀 수 있는 문제를 내겠다”며 지난해와 비슷한 난이도의 수능을 예고했다. 사상 최악의 ‘물수능’이라는 평가를 받은 지난해에 수학 B형과 영어 영역의 만점자 비율은 각각 4.3%, 3.37%에 달했다.

국·영·수 등 주요과목이 평이할 것으로 예상되자 입시업체들은 탐구 영역 공부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과학탐구는 만점자 비율이 0.68%(물리Ⅰ), 0.21%(생명과학Ⅱ)에 그치는 등 다른 과목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난해 탐구 영역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돼 당락을 좌우했는데 올해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상위권일수록 EBS와 연계되지 않는 30%의 비연계 부분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며 “주요 과목에서 변별력을 갖는 문항을 맞출 수 있도록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영어 영역의 체감 난이도는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BS 연계 지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변별력 논란이 거셌던 만큼 영어, 수학 등에서 1, 2문제의 고난도 문항이 출제될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올해 수능은 평이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와 같은 ‘물수능’ 논란을 막기 위해 영역별로 어려운 문제가 1, 2개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어 영역의 경우 생소한 지문에 익숙하지 않은 중위권·중하위권 학생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묵묵부답 교육부, 혼란 극대화=수능 난이도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어 갖가지 추측과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17일 수능개선위원회는 시안을 발표하면서 “과도한 만점자가 나오지 않도록 변별력에 유의하겠다”고 했다. 사흘 뒤인 20일에 교육부는 예고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출제기조를 이어 간다”고 말을 바꿨다. 입시업체 등에서 올해 수능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직후였다.

31일 브리핑에서 김재춘 교육부 차관을 비롯한 교육당국 간부들은 난이도 관련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두용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만점자 비율을 제시하는 등 정부가 난이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 교육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런 모호한 태도가 수험생들을 되레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남 천안의 한 고3 수험생 학부모는 “도대체 어렵게 출제하겠다는 건지 쉽게 내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건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