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수능] EBS연계 문항들 어떻게 바뀌나… 실질연계율 떨어져 난도 높아질 듯

입력 2015-03-31 22:26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에서 EBS 연계 방식을 바꾸는 것은 수험생에게 결코 작지 않은 변화다. 영어 읽기평가는 28개 문항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연계 방식이 변경되는 ‘대의파악형’과 ‘세부정보형’ 문항은 통상 10개 문항 출제된다. 지난해 EBS교재와 연계해 지문을 그대로 차용한 문항은 읽기평가의 30% 수준인 8개였다. 따라서 출제당국이 EBS교재를 어떤 식으로 변형해 출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문 유사도가 높다면 현행 연계율 70%가 유지되는 것이지만, 유사도가 낮다면 실질 연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EBS 연계 문항 어떻게 바뀌나=영어 지문을 변경하는 방식은 유사지문 활용과 작문, 두 가지다. 예를 들어 EBS교재의 온실효과 관련 지문을 쓴다면 다른 영문 자료를 검색해 비슷한 주제의 지문을 찾아서 활용하게 된다. 필요하다면 고교 문법과 어휘 수준을 고려해 출제위원들이 단어와 문장 구조를 쉽게 바꾸는 작업을 거친다. ‘복제품’이란 뜻의 ‘replica’를 ‘copy’로, ‘무례한’이란 뜻의 ‘uncouth’를 ‘rude’로 단어를 쉽게 바꾸는 방식이다. 문장 구조도 비교적 해석하기 좋도록 단순하게 수정할 수 있다. 만약 적합한 지문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출제위원들이 EBS 지문을 토대로 유사한 지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렇게 작문으로 지문을 만들 때도 고교 교육과정의 어휘와 문법 수준을 감안한다.

대의파악형과 세부정보형 문항은 정답률이 높은 ‘쉬운 문제’였다는 게 출제 당국의 설명이다. 따라서 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어 만점자 비율이 3.37%로 쉬웠던 지난해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출제 당국이 직접 문제를 내는 6월 모의평가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EBS 영어교재를 암기하는 건 비교육적이므로 차단하는 게 옳다”면서도 “수험생들이 영어 EBS교재를 외워 절약된 시간을 다른 과목에 할애해온 만큼 영어 학습량이 늘어나고 다른 과목 부담도 늘어나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변화는 시작일 뿐…중장기 수능 개선 착수=교육부는 수능제도의 잦은 변경에 따른 학교 현장의 피로도를 고려해 이번 수능개선안에서는 EBS 연계율도 70%로 유지하는 등 ‘최소한의 변화’를 선택했다. 이번 개선안에서는 수능제도 자체보다는 연이은 수능 문항오류에 따른 출제시스템 개선에 방점이 찍혔다. 구체적으로 △출제위원 다양화(특정대학 출신 20% 미만) △교사 출제위원 점진적 확대 △문항점검위원회 신설 △수능 후 문항오류를 결정하는 이의심사위원회 강화 △탐구영역의 출제인원과 출제기간 확대 등이 담겼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활동한 수능 개선위원회와 자문위원회 활동을 종료하고, 중장기 수능 개선책을 논의할 기구를 새롭게 구성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출제시스템 등 단기 대책에 집중했다. 중장기 변화 방향은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전문가들로 새롭게 위원회를 구성하고 동시에 정책연구 용역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수능 개선방안으로는 수학 절대평가, 문제은행식 출제, 탐구영역·제2외국어 등의 과목 구성문제, 시험범위 등 각종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특히 영어 절대평가에 따른 풍선효과를 줄이기 위해 수학도 절대평가로 하자는 요구가 야당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만큼 이 부분에 논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또 2021학년도 시행 예정인 문·이과 통합 수능과도 맞물려 있어 출제범위나 과목 구성 등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