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무기중개상 이규태(66) 일광공영 회장이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과정에서 정부를 속여 1100억원대 방위사업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합수단은 군과 방위사업청 내부의 공범을 추적하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31일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범행에 가담한 공군 준장 출신 권모(60) 전 SK C&C 상무와 일광공영 계열사 임원 조모(49)씨도 함께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 등은 2009년 터키 하벨산과 방사청의 EWTS 사업 중개를 하면서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빙자해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공급비를 2배 가까이 부풀려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하벨산 측이 직접 공급할 경우 5120만 달러에 책정됐을 대금은 이들이 끼어들면서 9617만 달러(약 1101억원)로 뛰었다. 이 회장 등은 하벨산이 이미 개발했거나 SK C&C 또는 일광공영 측이 저렴한 값에 구입한 장비인데도 마치 SK C&C가 신규개발한 제품인 것처럼 속여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풀려진 구입대금은 이 회장과 하벨산, SK C&C 측이 하청 및 재하청 형식을 가장해 나눠가졌다. 이 회장이 직접 챙긴 돈만 따져도 중개수수료, 하청업체 선정 대가 등으로 216억8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합수단은 이 회장이 2007년 9월에 EWTS 구입 방법이 국외구매 방식으로 변경되고, 사업 예산으로 1억 달러 이상 책정될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방위사업 기밀을 이 회장에게 누설한 ‘내부 첩자’가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체포 이후 20일간 줄곧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지난 26일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확보한 대량의 압수품 분석을 통해 유착 의혹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이규태 회장, 방사청 속여 1100억원 예산 가로채 기소
입력 2015-03-31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