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에 ‘한번 속고’ 배신감에 ‘두번 울고’… 한 음반 제작자의 ‘아픈’ 고백

입력 2015-04-01 01:00

우여곡절도 많지만 우직하게 한길을 파고 있는 한 무명 대중음악 작곡가의 ‘인생스토리’에 누리꾼들이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글쓴이는 31일 ‘어느 걸그룹 제작자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글쓴이의 스토리를 요약해본다.

명색이 작곡가인데 이렇다할 곡 한번 못 내고 CCM이나 영어 교재에 들어가는 노래 작업으로 연명하며 기회를 노리던 글쓴이에게 어느 날 신생 기획사에서 전화가 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팅을 했지만 사무실 하나 없는 나홀로 사장인 ‘역시나’였다.

유명 가수 매니저로 일하다 독립했다는 사장은 대뜸 프로듀서직을 제안하며 사무실 비용을 반반 부담하자는 조건을 달았다.

글쓴이는 솔깃했지만 뭔가 찝찝해서 나중에 연락하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5개월 후 그 사장이 다시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만나보니 그는 ‘일취월장’해있었다.

사무실과 연습실은 물론 글쓴이를 위한 작업실까지 갖추고 있는데다 걸그룹 연습생 4명까지 확보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글쓴이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건 월 500만씩 지급한다는 약속이었다.

글쓴이는 곧바로 프로듀서직을 수락하고 석달 후 걸그룹 데뷔를 목표로 정말 뼈를 묻을 각오로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열정은 한달 만에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사장이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과 연습생들에게 받은 보증금을 들고 잠적해버린 것.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글쓴이는 글쓴이대로 걸그룹 지망생들은 그들대로 맨붕에 빠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위기일발.

그러나 그대로 무너질수는 없다는 생각에 글쓴이는 용기를 내 투자자들을 찾아가 설득했고, 그런 노력이 통했는지 2000만원의 투자금까지 확보했다. 여기에 2000만원의 대출을 보태 사업을 계속 이어갔다고고 한다. 비록 직원은 없지만 사장이란 직함도 새겼다.

그렇게 조련한 아이들의 공중파 데뷔를 앞둔 어느 날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데뷔를 앞둔 아이들이 연예활동 수익의 일부를 회사와 나누자는 계약내용에 불만을 품고 계약해지를 주장해온 것.

계약해주지 않으면 성매매 알선죄로 형사고소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사기꾼에 속아 꿈을 접어야할 시기 손을 내밀어준 자신에게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막무가내였다.

다행히 경찰조사 결과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아이들을 무고죄로 고소할 수는 없었다.

정신적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생계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동료 음반제작자가 동업을 제의해 일은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글쓴이는 현재 아직까지 이렇다할 히트작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지만 새로운 걸그룹과 같이 작업하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끝을 맺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쥐구멍에고 해뜰 날 있습니다” “진실한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성공하세요” “그 아이들 데뷔했나요” “그 그룹 이름 뭐에요?” “대박 날겁니다” 등의 응원을 보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