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나인 스타 댄서들이냐, 전라의 댄서들이냐

입력 2015-03-31 17:32
댄싱9 스타 댄서들이냐, 아니면 전라의 댄서들이냐.

한동안 주춤했던 무용 공연들이 봄기운이 만개한 4월부터 잇따라 무대에 올라가고 있다. 공연을 앞둔 무용단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2개를 꼽으라면 한국의 LDP(4~5일 LG아트센터)와 프랑스의 발레 뒤 노르 컴퍼니(10~11일 성남아트센터)를 드는 이들이 많다.

‘현대무용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LDP는 춤 잘 추기로 소문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출신 댄서들이 만든 무용단이다. 2001년 창단 이후 신창호, 김판선, 차진엽, 이인수를 비롯한 수많은 스타 댄서와 안무가를 배출하며 현대무용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엔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케이블TV Mnet 프로그램 ‘댄싱9’를 통해 더욱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하게 됐다. 이선태, 안남근, 윤나라, 임샛별, 류진욱 등 LDP 소속 무용수들이 댄싱9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중 댄싱9 시즌1과 시즌2에서 각각 팀 우승을 이끈 이선태와 안남근은 3일부터 올스타 멤버로 구성된 시즌 3에도 참가한다.

프랑스 엠마누엘 갓 컴퍼니에서 활약 중인 김판선의 신작 ‘12MHz’와 한국 최초 정규 레퍼토리로 외국 무용단에 수출된 ‘노 코멘트’를 만든 신창호의 신작 ’Graying’이 발표되는 이번 공연에서는 댄싱9에서 만났던 LDP 소속 무용수들을 실제 무대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짧은 호흡의 감각적인 움직임에 편중됐던 댄싱9에서와 달리 긴 호흡의 섬세한 몸짓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19개 국립안무센터의 하나인 발레 뒤 노르는 파격적인 작품 ‘비극’을 들고 처음 한국을 찾는다. 발레 뒤 노르의 예술감독인 올리비에 뒤부아가 안무한 이 작품은 니체의 명저 ‘비극의 탄생’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으로, 춤을 통해 초월적인 해방을 표현하고 있다. 2012년 권위 있는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돼 찬사를 받은 후 지금까지 해외 40여개 주요 극장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됐다.

이 작품은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18명의 남녀 무용수가 전라로 출연하는 게 특징이다. 사회정치적 속박으로부터의 해방과 휴머니티를 춤과 몸의 언어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22세부터 51세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을 상징하는 무용수들은 걷기, 똑바로 서기, 마주하기 등 스텝을 이용한 기본 동작을 빠르게 반복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침내 음악과 육체의 합일로 이어진다.

무용수들이 전라로 등장한 만큼 관람 등급은 ‘19금’이다. 평소 무용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으며 티켓이 빠르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벗은 몸은 에로틱하기보다는 건조한 느낌을 자아낸다. 아무 것도 엎는 빈 공간에 오로지 맨몸으로 서 있는 무용수들은 ‘전쟁터에 몸을 던지는 것’처럼 슬프게 보이기 때문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