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새로운 진보 정당을 추진하며 ‘국민모임’에 합류한 정동영 전 의원이 유명세를 굳히고 있다. 서울 관악을 4·29 보궐선거에 출마키로 한 것인데 전주 덕진과 서울 동작, 강남을 거쳤다. “그냥 철새가 아닌 노선 따라 나는 정치인”이라는 자신의 독특한 정치색을 확고히 하고 있는 셈이다.
1. 2008년 제18대 총선 서울 동작을 출마 선언 “동작에 뼈를 묻겠다”
정 전 의원은 2008년 4·9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며 “제2의 정치인생을 동작에서 시작하고 끝을 맺겠다. 동작을 강한 야당의 보루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낙마한 뒤 서울 동작을을 정치인생 터닝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전주를 떠나 새로운 곳을 찾아오기 위해선 이유가 필요했다. 그는 “조선 인조 때부터 배출된 ‘동래 정씨’ 정승 5명을 모신 사당이 있어 사당동이란 이름이 생겨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 묘한 우연을 자신의 정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불리한 모양새가 감지되자 정 전의원은 “뼈를 묻겠다”고 나선다. 그는 “동작을과 연애 결혼한 것은 아니지만 중매로 만나도 백년해로하고 가약을 맺듯, 이 곳에서 뼈를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로인 클린 선거’라는 새로운 정치 공략도 내세웠다. 당시 정몽준 전 의원을 의식한 듯 “상대후보에 경고한다. 물량공세, 돈 쓰는 선거로 치른다면 선거를 망친다”며 “제가 돈이 없다는 것은 천하가 안다. 돈 안쓰고 선거법 위반 ‘제로’인 클린 선거를 헌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총 득표수는 3만6251표. 경쟁자였던 정몽준 전 의원의 4만7521표에 1만표 이상 격차로 낙선하고 만다.
2. 2009년 전주 덕진 재보궐 지지선언 “다시 한번 전주의 아들로 키워달라”
그는 4·29 재보궐 선거에서 전주시 덕진구로 ‘리턴’한다. 덕진은 15대, 16대 총선에서 90%에 가까운 몰표를 몰아준 자신의 ‘정치적 텃밭’이다. 이곳서 정 전 의원은 “저를 낳아주신 분은 저의 어머니이고, 저를 정치적으로 낳고 키워주신 분은 전주시민. 다시 한번 전주의 아들로 키워달라”고 지지를 호소한다.
그는 “한날 한시도 전주시민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다”며 “정치, 경제, 사회적 약자인 전주시민을 대변하는 것이 곧 대한민국의 힘없고 억눌린 사람들을 대변하는 일을 하겠다”고 자처한다.
무소속이었던 자신의 한계를 인식한 듯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제 몸속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당선되면 반드시 민주당으로 돌아가 당을 다시 살리고, 수권정당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힘을 다하겠다”고 공약한다. 그리고 그는 다시금 당선되며 3선을 단다.
3. 2012년 4·11 총선 강남乙 선거 “경제 우위 시민들께 부자증세 말하겠다”
새누리당이 서울 강남을 후보로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공천함에 따라 ‘한·미 FTA’ 폐기론자인 정 전의원과 빅매치가 마련된다. 그는 그해 2월 9일 출마를 선언하며 “이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우위에 서 있는 시민들께 보편적 복지의 가치와 복지국가를 위한 부자증세의 필요성을 말하겠다”고 말한다.
그의 야심 찬 도전은 벽에 부딪히고 만다. 자신들에게 증세하겠다는 후보를 지역구민들이 외면한 것. 4만8419표를 득표해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의 7만 3346표에 크게 뒤쳐지며 낙선했다.
4. 2015년 “나는 정확한 노선을 나는 정치인”
정 전 의원은 ‘철새’ 논란에 “정확한 노선으로 날고 있다”는 말을 남긴다. 6선의 정치 불사조 ‘피닉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새로운 ‘조류 정치인’의 등장을 알렸다.
그는 31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역구를 여러 차례 옮긴 전례 탓에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이동한 것은 맞다. 이동한 걸 철새라고 하면 얼마든지 말해도 된다”라며 “하지만 나는 정확한 노선으로 날아가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답한다.
이어 정 전 의원은 “자와 서민을 지키는 하나의 노선을 가는 정치인이 당내에 있으면 데려와 보라”라며 “정치인에게 묻는 것은 지역이 아니라 정치노선”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어록정치] 전주 아들 정동영, 동작서 묻은 뼈를 꺼내들고… 강남·관악까지
입력 2015-03-31 16:37 수정 2015-03-31 17:31